트럼프 '출생 시민권 폐지 검토'발언 파문, 헌법 전문가들 "실현 가능할지 의문"

[뉴스해설]

'강경 反이민'카드로 백인층 지지층 결집 의도
공화당 내부서도 의견 엇갈려, 여론 반응 촉각

중간선거를 앞두고 '출생 시민권'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제도가 불법 이민자들의 연쇄이민이나 원정출산 통로가 된다며 폐지를 고려하겠다고 공언하면서다. 2년 전 대선 후보 시절 때도 그는 이민제도 개혁 공약의 일환으로 출생 시민권 폐지를 내걸었었다.

출생 시민권은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시민권을 주는 제도다. 자국에 있는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법을 적용한다는 법률 원칙상 '속지주의'에 따라 미 수정헌법 제14조에서는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사람, 행정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을 미국 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 보수층에선 출산일이 다가온 다른 나라 여성이 미국을 방문해 아기를 낳은 뒤 돌아가지 않고 불법으로 미국에 눌러앉는 등 불법 이민을 부추기는 식으로 이 제도가 악용돼왔다는 지적이 있었다. 2015년 미 이민연구센터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년 3만6000명의 원정출산 여성이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자 당장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에 대통령이 행정상 권한인 행정명령을 통해 제약을 가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CNN은 "150년 전에 개정된 헌법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의 조처(행정명령)가 수정헌법을 무효로 할 수 없다. 수정헌법은 의회나 주에서 압도적 다수의 판단에 의해서만 바뀌거나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썼다.

일각에선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군 병력까지 배치한 데 이어 연일 반(反) 이민정책 수위를 높이면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타임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아이디어는 중간선거 전략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2015년 선거 운동을 시작한 트럼프는 오랫동안 그의 이민에 관한 메시지가 광범위한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왔다"고 썼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행정명령으로 출생 시민권을 폐지할 수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민자들이 많은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지역의 공화당 정치인들도 반대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공화당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한 전술이라는 점을 부인하면서 "미국 대법원은 수정헌법 14조에서'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이라는 문구가 이 나라에 불법으로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지 판단한 적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