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합동조사단 화재원인 설명…'BMW 발표서 한발 더 나가'
"신형 EGR도 화재 위험…BMW에 소명 요구·추가 리콜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민관합동조사단은 24일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으로 냉각수가 끓는 '보일링'(boiling) 현상을 지목했다.

엔진을 식히는 '쿨러'(cooler) 안에 들어있는 냉각수가 비정상적으로 끓어 오르며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쿨러에 열충격을 주고, 열충격이 반복되면서 쿨러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 쿨러의 균열 틈으로 냉각수가 새어 나오고 이것이 엔진오일 등과 함께 침전물로 쿨러와 플라스틱 재질인 흡기다기관에 엉겨 붙어 있다가 불꽃이 튀면 침전물에 불이 붙어 화재로 발전한다는 게 조사단이 밝힌 화재 원인이다.

박심수 민관합동조사단장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BMW 화재 관련 최종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이같은 사실을 실제 BMW 엔진·차량시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은 BMW가 기존에 발표한 화재 원인 설명에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이다.

BMW는 지금까지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는 것이 화재의 원인이라는 것까지는 공개했지만, 냉각수 누수 원인이 무엇인지는 밝힌 적이 없다. '냉각수 보일링'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없다.

조사단은 '냉각수 보일링' 현상이 BMW의 설계결함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애초에 EGR 쿨러 설계 당시부터 열용량을 부족하게 설계해 냉각수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아 '보일링' 현상이 발생했을 수 있고, 추후에 EGR을 과다 사용하면서 설계된 용량을 넘어섰을 수 있다는 게 조사단의 판단이다.

박 조사단장은 "화재 근본 원인은 제작사의 설계용량 부족에 기인한다"며 "BMW EGR 쿨러는 일반운전 조건에서도 보일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BMW 설계조건에서는 발생하는 안되지만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사단과 국토교통부는 리콜을 통해 보급된 신형 EGR 역시 화재 위험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신형 EGR은 구형 EGR과 같은 열용량·소프트웨어 체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신형 EGR 장착 차량도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쿨러 열충격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화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때문에 EGR 냉각수 보일링 현상과 EGR 경고시스템과 관련해 BMW에 즉시 소명을 요구하고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내구성 확인을 위한 검증과 조사를 시행하도록 했다"며 "조속히 추가 리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사단은 또 지난달 중간조사결과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EGR 밸브 결함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BMW는 이제까지 화재 발생 조건으로 EGR 쿨러 누수와 누적 주행거리가 높은 차량, 지속적인 고속주행과 함께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을 조건으로 꼽았다.

EGR 바이패스 밸브는 EGR의 가스를 EGR 냉각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흡기매니폴드로 보내주는 장치로, '열림·닫힘'(on·off) 개념으로 작동한다.

EGR 밸브는 흡입구로 재순환하는 배기가스의 양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밸브는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미세하게 조작한다.

이에 대해 박 단장은 "중간발표 때 BMW는 EGR 밸브도 EGR 모듈의 일부이고 이미 리콜하고 있다며 같은 거로 생각해도 된다고 했지만, 그건 BMW 생각이다"라며 EGR 바이패스 밸브와 EGR 밸브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소프트웨어 문제 가능성에 대해 박 단장은 "소프트웨어 결함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