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판문점 회동', 백악관 초대하자 '평양 방문' 맞제안…실무 협상 재개에 방점

[뉴스포커스]

하노이 회담 결렬후 단절 미·북 대화 물꼬 활짝
비핵화 등 넘어야할 선 많아…멀고 먼 희망사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워싱턴으로 초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언제든 원할 때 백악관에 오라"고 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 세계의 중심에서 세계사의 중요한 흐름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미(訪美) 초대'에 김정은이 '평양 방문'카드로 맞대응한 모양새다. 김정은은 또 "오늘의 만남이 앞으로 우리의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2~3주 내 실무 협상도 재개하기로 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단절됐던 미·북 간 대화의 물꼬도 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북 간 비핵화를 둘러싼 입장 차가 커 김정은의 방미나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실제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다. 김정은이 방미 초대를 명확히 수용하지 않고 시기도 못 박지 않은 것은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나 군사분계선 북쪽 북측 땅을 밟았다가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지금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과 AP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김정은에게) 적절한 시기에 미국에 오라고 했다. '언제든 원할 때'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순간이 되면 그런(김정은의 미국 방문) 것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 즉각적인 응답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의 3자 회동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 방문을 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람이 서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달라'고 얘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며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서두르다 보면 제한적인 기회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김정은의 방미를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김정은의 '평양 방문' 발언도 구체적인 것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을 워싱턴으로 초청하면서 동시에 북한이 거부해온 실무 협상 재가동도 주문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초대보다는 실무 협상 재개에 방점이 있는 것"이라며 "실무 협상을 통해 김정은이 비핵화에 충분히 진전된 입장을 내놓으면 워싱턴으로 불러 만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은 그간 실무진이 비핵화 세부 사항을 협의하는 실무 협상보다 미·북 정상이 만나 담판하는 '톱다운 방식'을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깜짝 회동' 제안을 김정은이 즉각 받은 것도 이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판문점 이벤트로 김정은에게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올 명분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방미와 트럼프 평양 방문이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이 제시한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북한이 받아야 하고, 영변 외 핵 시설에 대한 검증·폐기에도 합의해야 하는 만큼 아직은 멀고 먼 얘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北 땅 밟은 최초의 美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만나 북측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