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 피해자 보호소 거주 7세 어린이의 '크리스마스 소원' 담은 편지에 미국 울음 바다

[생·각·뉴·스]

어머니와 함께 폭력 아빠 피해 대피 중 쓴 글
"정말 정말 좋은 아빠 원해요. 해줄수 있나요?"
곳곳에서 각종 생필품 등 기부 '온정의 손길'

▣ 편지 내용

"아빠는 이성을 잃었어요.
엄마와 난 떠나야 했어요"

"여긴 가진게 하나도 없어요
책, 사전, 시계 가져다 줄 수 있나요"

"산타 할아버지, 진짜, 진짜, 진짜 좋은 아빠, 선물해줄 수 있어요?"

가정 폭력 피해 어린 아이의 크리스마스 소원을 담은 편지(사진)가 미국인들을 울리고 있다. 편지 내용이 온라인으로 퍼지자 이 아이가 머물고 있는 보호소에는 각종 도움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NBC뉴스 등 외신들은 "산타클로스에게 '진짜, 진짜, 진짜 좋은 아빠'를 원한다는 편지를 보낸 어린이의 이야기가 알려졌다"며 "아동이 속한 보호소에는 기부 등 따뜻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난 20일 보도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편지를 쓴 아이는 텍사스의 한 응급 대피소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블레이크(7)였다. 그는 산타에게 쓴 편지에서 "우리는 집을 떠나야만 했어요. 아빠는 이성을 잃었죠. 우리는 모든 집안 일을 다해야만 했어요"라며 "하지만 아빠는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어요"라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마는 우리가 떠나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어요.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될 안전한 곳으로 갈 거라고 말했어요"라며 대피소로 오게 된 과정을 전했다.

소년은 이어 "저는 아직도 무서워요. 다른 친구들과 얘기하고 싶지도 않아요"라며 "산타 할아버지, 이번 크리스마스에 오시나요? 우리는 여기에 가진 게 하나도 없어요. 책, 사전, 나침반과 시계를 가져다줄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힌 대목은 마지막 문장이었다. 블레이크는 산타에게 "저는 정말 정말 정말 좋은 아빠를 원해요. 그것도 해줄 수 있나요?"라며 편지를 맺었다.

블레이크는 진심을 담아 작성한 이 편지를 배낭 안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이 편지를 발견한 사람은 아이의 어머니였다. 모자(母子)가 머물고 있는 대피소를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세이프 헤븐'은 블레이크의 편지를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게시물은 22일 오후 1시 기준 2300회가 넘는 공유를 기록했다.

에밀리 핸콕 세이프 헤븐 개발담당 부사장은 NBC뉴스에 "기관이 보호소에 있는 피해자들, 특히 어린이의 작품을 공유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이번 글은 SNS에 올리기 전에 후원자들 일부와 공유했다. 편지는 우리 단체와 관련된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사생활 보호법 때문에 편지를 쓴 소년과 가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들은 약 한 달 동안 보호소에 머무르고 있지만, 언제 바깥으로 나갈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블레이크 모자의 사연을 접한 미국인들은 이들이 머물고 있는 보호소에 구호 물품을 보내며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에밀리 부사장은 "이런 강력한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엄청난 금전적 기부와 더불어 책, 장난감 등 물건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정 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고 있는 현상이 놀랍다. 분명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