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손이 하나인 댄서로 알려지고 싶지 않다…엄청 노력했기 때문"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에서 한 손이 없는 무용수가 유서 깊은 전통의 무용단 단원으로 받아들여져 눈길을 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은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의 전속 무용단인 '로케츠'에 이번 시즌부터 합류한 시드니 메셔(22)의 사연을 소개했다.

AP 등에 따르면 선천적인 희귀 질환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왼쪽 손이 없었던 메셔는 어릴 적부터 춤에 재능을 보였다.

그의 어머니는 메셔가 "걷기도 전부터 춤을 췄다"고 미국 스포츠매체 ESPN에 전했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메셔는 초등학생 때 이미 힙합, 재즈, 발레 등 다양한 춤 장르를 접할 수 있었다. 3학년 때 이미 주 25시간씩 춤 연습에 매진하던 메셔는 자연스레 무용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그는 어릴 적 TV로 로케츠의 공연을 접한 이후 그들에게 완전히 사로잡혔다고 회상했다.

1932년부터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공연해온 로케츠는 매해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에 선보이는 화려한 군무로 유명하다.

메셔가 로케츠 단원이 되는 일에 본격적으로 관심 갖게 된 시기는 대학생 때였다.

그는 "로케츠의 기술을 탐구해보니 성실하고 구체적이던 그들을 사랑하게 됐다"며 "로케츠만 바라보는 '터널시야'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네 번의 오디션 끝에 결국 꿈에도 그리던 로케츠 단원이 됐다.

로케츠가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가진 단원을 선발한 일은 약 90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메셔는 현지 매체 뉴스데이에 "나는 그저 손이 하나인 댄서로 알려지고 싶지 않다"며 "그게 나쁜 일이라서가 아니라, 이 자리에 오기까지 엄청나게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로케츠는 내년 1월 5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메셔를 배려해 안무에 약간의 수정을 가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예컨대 모든 단원이 양손에 종을 잡고 흔드는 안무에서 메셔는 한 손으로만 종을 친다.

로케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캐런 킬러는 메셔에 대해 "매우 다재다능하고 성실하다"며 "똑똑하고 의지가 강하며 디테일에 조예가 있다"고 칭찬했다.

yo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