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확산 속 철저한 격리 감염 차단, ‘고립 속의 고립’ 바이러스 상륙 불허

남극

국가 기지간 만남 차단, 일부 철수·폐쇄 조치

겨울 접어들어 연간 5만 관광객 왕래도 끊겨

“강한 정신력, 되레 육지 가족에 응원 메시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엎었지만, 유일하게 남극 대륙엔 상륙하지 못했다.

AFP통신은 15일 남극이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남은 것은 철저한 방역 조치와 여기에 더해진 작지 않은 행운 덕분이라고 보도했다.

남극은 이미 상당히 고립된 지역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지난 3월부터 고립의 정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관광을 전면 금지하고 비필수적인 인원은 모두 철수시켰으며, 국가별 기지 간의 접촉도 막았다. 칠레령 남극 지역의 책임자인 알레한드로 발렌수엘라는 AFP에 "자연적인 고립 내에서 더 고립됐다"고 표현했다.

킹조지섬에 있는 칠레 남극 해군기지는 최소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철수시켰다. 같은 시간에 식사하는 인원 수도 제한하고, 실내 체육관 등도 폐쇄했다.

칠레 기지 인근에는 우리나라의 남극세종과학기지를 포함해 러시아, 우루과이, 중국의 기지도 있는데 평소엔 각국 대원들이 함께 모여 운동경기나 국경일 행사, 생일 파티 등을 즐겼지만 코로나19 이후 기지 간 만남이 전면 차단됐다.

철저한 격리와 더불어 어느 정도의 운도 따랐다.

남극은 덜 추운 여름철이 관광 시즌인데 코로나19가 확산할 때가 관광 시즌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평소 관광철엔 한 해 5만 명의 관광객이 펭귄 등을 만나기 위해 남극을 찾는다고 AFP는 설명했다.

관광객을 실은 마지막 배가 남극에 도착한 것은 지난 3월 3일이었다. 중남미에 막 첫 번째 감염자가 나올 무렵이다. 호주 선사의 남극 크루즈선 그레그 모티머 호는 남극에 도달하기 전에 선상에 감염자가 나와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4월부터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서는 연구 등을 위한 필수적인 육지 이동도 줄었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평소보다 더한 고립 상태가 길어지면서 대원들이 우울해질 법도 하지만 발렌수엘라는 "이곳 사람들의 정신력이 강하다. 오히려 우리가 육지의 가족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