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가 낳은 딸 가혹한 학대 가담…의문점 '수두룩'

전문가들 "학대 원인 섣불리 단정 짓지 말아야…정확한 수사 우선"

(창녕=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최근 경남 창녕에서 계부(35)와 친모(27)가 9살 여아를 잔혹하게 학대해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계부가 학대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친모가 자기방어나 계부에 의한 강압 등 요인 때문에 여기에 동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친모의 정신질환을 학대의 주원인으로 섣불리 단정 짓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계부와 친모의 학대 가담 정도를 명확히 밝히고, 계부가 친모를 학대에 가담하게 몰고 간 정황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친모에게 정신질환이라는 취약점이 있는 상태에서 계부가 A(9)양을 학대했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며 "친모는 정신질환으로 기본적인 자기방어조차 힘들기 때문에 A양에 대한 학대가 발생해도 일반적인 엄마의 모성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친모가 A양 학대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정확한 수사가 먼저 이뤄져야 학대 원인에 대한 추가 분석이 가능하다"며 "계부가 회유나 폭행 등 방법을 통해 친모를 학대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하나의 혈연으로 묶이는 가족 구성에 A양이 일종의 방해물로 여겨져 집중적인 학대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보도된 여러 정황을 봐서 계부는 가부장적이고 가학적인 모습이 있다"며 "친모는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남편에게 동조 혹은 순응을 해야 생활이 편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학대 가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종의 '콩쥐팥쥐 신드롬'으로 A양만 사라지면 나머지가 혈연으로 묶여 온전한 한 식구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수 있다"며 "쇠 목걸이를 채우는 등 끔찍한 행위를 보면 A양을 같은 삶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해서 때렸다'는 계부 진술에 대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며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전략"이라며 "훈계 목적이라는 나름의 명분을 보여줘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을 줄이고 처벌도 경감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해시아동보호전문기관 전종대 관장은 학대 원인을 넘겨짚는 대신 정확한 사실관계를 우선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 관장은 "아동학대 사건을 들여다보면 기존에 원인이라고 여겼던 것 외에 무수히 많은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다"며 "물리적 환경, 경제적 능력, 가족 재구성, 정신질환 등 어느 하나만 콕 집어 학대가 발생했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원인을 섣불리 지적하는 것보다 차분한 분석에 더 노력을 기울일 때"라며 "이번 여아 학대 사건도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A양은 지난달 29일 집에서 탈출해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계부·친모는 동물처럼 쇠사슬로 목을 묶거나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발등과 발바닥을 지지는 등 A양에게 고문 같은 학대를 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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