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분의 1 지지 확보…내일 총재 선출 방식 결정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내달 중순에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대세론'이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1일 요미우리신문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수장인 니카이파에 이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끄는 아소파도 자민당 선거에서 스가 관방장관을 지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소 부총리는 이날 아소파 간부들에게 스가 관방장관 지지로 파벌 내 의견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아소파 내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도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아소 부총리가 출마를 단념토록 설득할 예정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전날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니카이 간사장에게 밝혔고, 니카이파의 지지도 사실상 확보했다.

4위 계파인 니카이파(47명·이하 소속 참의원과 중의원 수)에 이어 2위 계파인 아소파(54명)의 지원까지 받게 됨에 따라 스가 관방장관은 경쟁자들도 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스가 관방장관은 무당파지만 당내에 소장·중견 의원 약 30명 규모로 '스가 그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스가 관방장관을 지지하는 국회의원은 130여명 규모로 전체 자민당 국회의원(394명) 3분의 1의 지지를 확보한 셈이다.

요미우리신문과 교도통신은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는 스가 장관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선 집권당 총재가 중의원 투표로 결정되는 총리도 맡게 된다.

스가 장관의 경쟁자로 꼽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자신이 수장인 계파의 국회의원 수가 각각 47명, 19명에 불과하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자민당 내 최대 계파인 호소다(細田)파(98명)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전날 호소다파 회장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전 자민당 간사장과 만났고, 이날은 호소다파의 실질적인 수장인 아베 총리를 만나 지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기시다 정조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개별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맹우인 아소 부총리가 스가 관방장관을 지지하는 것은 아베 총리도 스가 장관을 의중에 두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냐는 해석도 있다.

아베 총리는 당초 기시다 정조회장을 후계자로 점찍었지만, 지병 악화로 임기 중 사퇴하게 됨에 따라 내년 9월까지인 자신의 임기 동안 국정을 이끌 후임자로 스가 장관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진작부터 일본 정가를 중심으로 나돌고 있었다.

다음 달 1일 자민당 총무회에서 결정될 차기 총재 선출 방식은 더 많은 국회의원의 지지를 확보한 후보가 승리하는 쪽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소속 국회의원(394명)과 당원(394명)이 각각 동수의 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나, 긴급한 경우는 소속 국회의원과 각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 연합회 대표(141명)만 참가하는 양원(참의원·중의원) 총회 선거로 대체할 수 있다.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기자단에 "양원 의원총회에는 지방 대표도 참가하기 때문에 당원의 의견을 듣게 된다"며 이번 당 총재 선거를 양원 총회 방식으로 치를 방침을 재차 밝혔다.

니카이 간사장은 "정치적 공백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광범위하게 많은 국민의 명령이 당연히 있다"며 "그것을 받아들여 정치 판단을 하겠다"고 말했다.

자민당은 총재 선거와 관련해 다음 달 8일 고시하고, 같은 달 14일 투개표를 한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요미우리는 덧붙였다.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