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깜짝 발표 후 추진되다 2018년 문제 제기로 검증대에 올라

국토부 스스로 백지화 개연성 낮아…통 큰 정책적 결정 있어야 최종 백지화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안(기존공항 확장안) 검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역할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김해신공항안이 4년여 만에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추가하는게 핵심인 김해신공항안은 2016년 6월 깜짝 발표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두고 막판까지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놓고 고심하다가 두 곳 모두 부적합하다며 김해신공항안을 발표했다.

김해신공항안을 놓고 지역 균형 발전을 외면한 정책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거꾸로 5개 광역단체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치적인 '신의 한 수'라는 말도 나왔다.

예상치 못했던 정부 발표에 가덕도를 고집했던 부산시, 경남 밀양을 입지로 내세웠던 경남, 경남을 지지했던 울산과 대구, 경북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잡음도 잠시, 당시 같은 집권당 새누리당 소속 부산시장과 울산시장, 경남도지사, 대구시장, 경북도지사는 일사불란하게 갈등을 접고 '정치적 결정'에 승복했고, 김해신공항안은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부산시장이었던 서병수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국토부 등 정부는 김해신공항 건설 프로젝트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2018년 7월 민선 7기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그는 밋밋했던 당시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 신공항 문제를 이슈로 선점, 결국 선거 쟁점으로 부각하는데 성공했고 부산시장에 취임하기에 이른다.

오 전 시장이 주장했던 요지는 '김해신공항안은 안정성과 소음, 환경, 항공 수요 예측치, 시설 확장성 등에서 동남권 관문 공항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는 시장 취임 후에도 김해신공항 재검증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대구와 경북은 "정부 정책 결정과 5개 광역단체장 합의를 오 전 시장이 일방적으로 깨려 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재검증을 밀어붙인 오 전 시장은 자신처럼 민선 7기 선거를 통해 입성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남도지사, 울산시장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고 결국 '동남권 관문 공항 부·울·경 공동검증단' 구성에 합의했다.

부·울·경 검증단은 6개월여 동안 안전성과 항공소음, 항공시설 설계, 활주로 용량, 항공 수요 등을 검증한 결과를 제시하며 국토부가 제시한 김해신공항안이 입지 선정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공정성이 부족했다고 결론 내렸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점을 들어 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정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이 안전한 이착륙과 소음과 환경 피해 최소화, 대형 항공기와 장거리 노선 취항이 가능하도록 수립됐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요지부동이었다.

부·울·경 검증단도 물러서지 않았다.

국정을 조정하는 국무총리실에서 김해신공항안을 검증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고, 지난해 말 총리실에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꾸려졌다.

이후 검증 내용과 절차, 방법, 검증 결과 발표 시기, 안전 분과와 관련한 검증위 공정성과 중립성 훼손 정황 등이 알려지면서 지역 여론은 들끓기도 했다.

결국 총리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안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역할 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함에 따라 김해신공항안은 4년여 만에 백지화 운명을 맞게 됐다.

다만 김해신공항안을 강하게 추진해온 국토부 스스로 백지화할 개연성은 낮다.

총리실의 재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통 큰' 정책적·정치적 결정이 있어야 김해신공항안은 최종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국민의힘 일부 부산지역 의원들이 최근 가덕 신공항 건설에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지만, 김해신공항안 폐기가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부·여당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논란의 턱도 넘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osh998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