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에도 갈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할까 말까', 불신 넘어서기 최대 과제 부상

뉴스포커스

10명중 4명 부작용 불안에 "내키지 않는다"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들도 안전 확신 못해
"인구 70~80% 면역력 가져야 코로나 종식"
美정부 2억5천만불 접종 독려 캠페인 돌입


세리토스에 사는 김모씨 부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놓고 말싸움을 벌였다. 60세인 남편은 "백신이 나오면 무조건 맞는다"는 반면 58세인 아내는 "부작용이 무서워 못맞겠다"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남편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쯤 잠잠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먼저 맞고 봐야지. 그러다 걸리면 어떡하려고 그러냐"고 아내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아내는 "잘못될까 무섭고, 실험 대상이 되는 것 같아서 맞기 싫다"고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아내는 "이제껏 조심하면서 감염안되게 잘 버텨왔다. 먼저 맞은 사람들이 어떤지 보고 맞아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그럼 남편더러 실험 대상이 되란 말이냐"며 버럭 화를 내면서 부부싸움으로 번졌다.

14일부터 미 전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초기 백신 접종 대상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상당수 미국인이 백신 효능에 대한 불신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접종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돼 방역 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미국의 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중 63%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겠다고 답했다.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 비율은 9월(50%) 이후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7월에 나온 수치인 66%보다는 낮다. 여전히 3분의 1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피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에서 알레르기 부작용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의료 종사자조차도 백신 접종을 망설이고 있다. 미 간호사재단이 간호사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36%가 자발적으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자발적으로 접종하겠다'(34%), '확신이 없다'(31%)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민 가운데 63%만 백신을 접종하면 집단면역을 달성하기에 부족하다. 집단면역이 달성되려면 미 인구 중 75~80%가 면역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백신에 대한 불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종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바이러스 퇴치의 성패는 백신의 효능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접종했는지에 따라 갈리기 때문이다.

스티븐 한 FDA 국장은 "터널 끝에서 빛을 보는 방법은 집단면역을 얻는 것"이라며 "하루빨리 백신 거부감이 사라져 내년 5~6월 사이에 미국이 집단면역을 형성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접종 준비를 완료한 현재 다음 과제는 국민 설득이라고 보고 백신 접종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접종 독려 캠페인을 시작한다. 미 보건복지부(HHS)가 감독하는 이 광고 캠페인은 TV와 신문, SNS, 라디오 등을 통해 진행된다. 안전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