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 대표 아나운서 리춘희, 北 정권수립 73주년 열병식 초대 특별 대우

[북한]

78세 고령에도 목소리 카랑카랑 여전
김정은 팔짱 끼고 기념사진 친분 과시
2018년 은퇴불구 아직 중요 행사 전담
‘인민방송원’ 칭호 최고 아나운서 대접

북한은 전날인 9일 평양에서 정권수립기념일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했다. 이번 열병식은 '민간 및 안전무력' 단위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이는 정규군이 아닌 예비군, 비정규군 단위들을 모아 진행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열병식의 권위 자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정치국 상무위원단이 모두 참석해 열병식을 관람했다.

▶'노력혁신자, 공로자’ 뽑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 열병식에 특별히 초대된 사람들을 소개했는데, 이중 눈에 띄는 인물들이 있었다. 바로 북한 조선중앙TV의 대표 아나운서인 리춘희(히)와 최근 예술인의 최고 영예인 '인민배우' 칭호를 받은 가수 김옥주다.
특히 리춘희는 근속 40여년을 자랑하는 북한의 간판급 아나운서다. 남한에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로, 김정은 총비서와 관련된 보도는 여전히 그가 도맡고 있다.
그가 이날 열병식에 초청된 것은 정권수립기념일을 맞아 선정한 '노력혁신자, 공로자'에 뽑혔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면 특히 리춘희는 김 총비서 바로 오른편에서 두 손으로 김 총비서의 팔장을 끼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그녀의 역할과 위상을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음이 새삼 확인되는 대목이다. 리춘히는 야회를 지켜보던 도중 웃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어깨에 손을 대고 귓속말을 하는 등 친근함을 드러내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이날도 리춘히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통해 열병식과 무도회 장면들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됐다. 북한의 중요한 소식을 전할 때 빠지지 않는 리춘히 아나운서는 올해 80에 가까운 고령임에도 여전히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자랑했다.

▶김정일도 아끼던 아나운서

북한 당국이 발표하는 중대 보도는 리춘희 아나운서가 독점하고 있다. 2017년 영국 가디언은 리춘히에 대해 그녀가 주로 분홍색 저고리를 입고 방송에 나서는 것을 놓고 “북한 방송에 ‘핑크 레이디’(pink lady)가 뜨면 나쁜 소식이 전해진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2018년 12월 4일 잠정 은퇴했지만 열병식을 비롯해 중요한 행사와 소식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에도 김정은의 신년사를 대독했다. 북한 당국은 리춘히에게 ‘인민방송원’ 호칭과 ‘노력영웅’ 메달을 주며 최고의 아나운서 대접을 하고 있다.
리춘히는 듣는 사람을 다그치는 듯한 목소리와 단호한 표정이 특징이다. 김정일·김정은 관련 보도를 할 때만 정중하고 차분하게 보도한다. 김 총비서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 가장 아끼던 아나운서로 알려졌다.
1966년 평양영화연극대학 배우과를 졸업한 리춘히는 조선중앙TV로 자리를 옮겨 아나운서가 됐고, 무려 50년이 넘게 일했다. 북한 아나운서의 정년은 남자가 60살, 여자가 55살이지만 능력을 인정받으면 이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방송할 수 있다.

▶고급 주택에 외제차 소유

북한에서 아나운서가 되려면 평양연극영화대학 방송과를 졸업하거나 해마다 열리는 전국화술경연대회에서 선발돼야 한다. 출신 성분에서 최고점수를 받아야 하고, 화술과 외모, 발음 등 3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도·시 방송위원회에서 실시하는 1차 시험과 중앙방송위원회의 2차 시험을 통과한 뒤 노동당 심사와 중앙방송위원회 양성소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5명 정도가 선발된다. 이 과정에서 최고지도자의 비준이 필요하다.
능력을 인정받으면 ‘공훈방송원’이 되고, 더 큰 공을 세워 인정받으면 ‘인민방송원’ 칭호를 받는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유일한 인민방송원 리춘히는 국가에서 제공한 고급주택에 살고, 외제차도 가지고 있다. 평양의 최고 미용실인 창광원에서 무료로 머리를 손질하고 사우나를 이용한다. 또 평양의 피복연구소가 만든 최신 유행의 옷을 무료로 또는 싼값에 제공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