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등록차량 50% 증가…주차구역은 겨우 10% 늘어

[홍콩]

차구입시 주차장 사거나 임대해야
주차 구역 세대수에 비해 '태부족'
최근 부촌 주차장 한 칸 18억 팔려

"갑자기 아파트 주차장 월 임대료가 48만원에서 83만원으로 뛰게 됐어요. 이참에 돈을 빌려서라도 주차구역을 사야하나 싶어요. 주차구역 가격요? 205만 홍콩달러(약 3억850만원)에 나왔어요."

홍콩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타이쿠싱 지역의 한 교민은 30일 이렇게 토로했다.

홍콩의 주차장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홍콩에서는 차를 소유하려면 주차구역을 사거나 임차해야한다. 땅이 좁아 용적률 높은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홍콩에서 주차구역은 세대수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이달 중순 홍콩 정관오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구역이 한칸 당 220만∼246만 홍콩달러(약 3억3천만∼3억7천만원)에 거래된 게 화제를 모았다. 2년 전보다 가격이 23% 급등한 탓인데, 이 아파트 단지는 1천600세대가 살지만 주차구역은 263개뿐이다.

홍콩 부동산 개발업체 미드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주차구역 한칸의 평균가격이 214만 홍콩달러(약 3억2천200만원)였다. 그나마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후퇴 여파로 2019년의 230만 홍콩달러(약 3억4천600만원)보다 떨어진 수준이다.

주차구역 임대료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로, 1천900~7천홍콩달러(약 28만~105만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주차구역을 사는 목적은 실수요도 있지만 투자를 위한 경우도 많다. 홍콩 이주컨설팅회사 REPS의 제이슨 대표는 "중국 본토 사람들이 투자 목적으로 홍콩 주차구역을 많이 사고 10개 이상씩 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08~2020년 개인 차량 등록은 50% 증가했지만 주차구역은 10%만 늘었다.

SCMP는 "아파트 건설사들이 마진을 높이기 위해 주차구역 대신 집을 더 짓는 탓에 주차구역 공급은 신규 차량 등록 속도에 한참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날 5월 홍콩 최고 부촌인 피크 지역의 한 주차구역이 1천190만 홍콩달러(약 18억원)에 팔려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SCM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