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달라진 서울 표심…25개구 중 14곳 尹 승리·강남3구는 몰표

경기·인천 등 수도권 표심도 변화…충청은 캐스팅보트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정수연 기자 = 0.73%포인트 차로 10일 승패가 결정된 20대 대선에서 서울 지역의 표심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호남 지역이 각각 총 결집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에서만 31만766표를 앞서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전국적으로 24만7천77표라는 격차를 만들 수 있었다는 평가에서다.

특히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비롯해 광진, 강동, 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 이반의 영향이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진보와 보수진영의 총결집으로 대결이 진행되면서 영호남이 특정 후보에 몰표를 주는 경향이 이전보다 선명해진 것도 이번 대선 표심의 특징이다.

◇ 서울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서 尹 승리…25개구 중 14곳 우위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50.56%를 기록, 45.73%에 그쳤던 이 후보를 4.83%포인트차로 이겼다.

표로는 31만766표다.

구별로보면 서울 25개구 가운데 14곳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했다.

민주당이 4곳을 빼고 싹쓸이했던 21대 총선과 비교하면 10곳의 선택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뀐 것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도 이겼던 보수 텃밭 강남3구와 용산구에 더해 서울 양천, 마포, 종로, 영등포, 중구, 동작, 동대문, 성동, 광진, 강동까지 10개구가 이번에는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지역은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데다 최근 집값이 많이 뛴 만큼 높아진 부동산세 부담에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남 3구 지지세가 강했다. 윤 당선인은 강남 3구에서 이 후보보다 무려 29만4천493표를 더 얻었다. 윤 당선인은 이곳에서 격차를 상당수 벌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 성동구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홍익표 의원에 54.25%의 지지를 몰아줬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43.23%만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며 변동 폭이 두드러졌다. 윤 당선인을 택한 비율은 53.20%였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으로 불리면서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한 노원과 도봉에서도 윤 당선인이 선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된 두 지역에서 이 후보가 이기기는 했지만 표차는 근소했다.

노원에서 이 후보는 48.94%, 윤 당선인은 47.22%를, 도봉에서는 이 후보 49.75%, 윤 당선인 46.59%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지난 총선 때 노원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56.78%,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38.74%를 보였던 것과 대비가 된다.

다만 윤 당선인의 서울지역 득표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비교하면 압도적이지는 않다.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18.32%포인트 차로 승리한 바 있다.

◇ 경기도서 이재명 지지율도 총선 대비 낮아

17개 시도 가운데 유권자수가 1천143만3천288명으로 가장 많은 경기도의 표심도 이전과 변화했다.

지난해까지 도지사를 지낸 이재명 후보가 승리하기는 했으나 총선과 비교하면 지지 강도가 떨어졌다는 점에서다. 이 후보의 이번 득표율은 50.94%로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받은 지지(53.93%)보다 다소 낮아졌다.

경기도에서도 남부 지역에 있는 과천이나 성남 분당구, 용인 수지구 등이 윤 후보를 선택한 것이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들 지역 역시 부동산 문제 등에 민감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인천도 지난 총선 때보다 민주당 지지세가 옅어졌다. 총선 때 민주당 후보를 뽑았던 미추홀구, 동구와 송도 신도시가 위치한 연수구 세 곳이 이번에는 윤 당선인 쪽으로 돌아섰다.

다만 윤 당선인은 인천에서 47.05%를 얻으며 이 후보(48.91%)보다 득표율이 다소 낮았다.

그동안 인천 1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공식이 있었는데 이번에 깨진 셈이다.

◇ 충청은 여전히 민심의 바로미터…강원은 尹, 제주는 李

윤 당선인은 대전(49.55%), 충북(50.67%), 충남(51.08%)에서 모두 이 후보를 앞질렀다.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면서 전체 판세의 축약판으로 여겨졌던 충청권이 이번에도 '민심의 바로미터'임을 재확인했다.

지난 총선과 비교하면 민주당은 대전(53.73%), 충북(48.68%), 충남(49.78%)에서 모두 승리했는데 이번에는 세 지역을 모두 내줬다.

강원은 이번에 윤 당선인에 54.18%의 표를 줬다. 강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45.26%, 미래통합당에 42.81%의 지지를 보냈으나 이번에는 윤 당선인에 표를 더 많이 안겼다.

다만 제주의 경우 이 후보가 52.59%를 얻으며 윤 당선인(42.69%)에 앞섰다.

직선제로 치러진 13대 대통령 선거부터 직전 대선까지 제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당선인이 됐지만, 이번에는 이 공식 역시 깨졌다.

이 후보가 인천, 제주 등지에서 선전했으나 서울에서 밀리면서 대선에서도 진 것으로 분석된다.

◇ 보수 후보에 몰아준 영남, 이재명 후보에 결집한 호남

영호남의 몰표 현상이 강해진 점도 눈에 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부산(58.25%), 울산(54.41%), 경남(58.24%) 등 PK 지역에서 6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대구(75.14%), 경북(72.76%) 지역에서는 윤 당선인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부산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52.92%를 보수 정당(당시 미래통합당)에 주는 데 그쳤었다.

대구는 21대 총선에서는 60.18%를 미래통합당에 줬고 지난 대선에서는 45.36%를 보수당 후보에 줬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윤 당선인 쪽으로 표심이 결집했다.

레이스가 혼전 양상으로 흐르며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표심이 결집, 지지층 결집 현상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후보 사퇴를 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광주는 이재명 후보에 84.82%, 전남은 86.10%, 전북은 82.98%를 몰아줬다.

다만 윤 당선인은 광주에서 12.72%를 얻었는데 역대 대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 중에는 최고다.

j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