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참모진, 보좌관·비서관·행정관 3단계 간소화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은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구상하는 새 대통령실은 공간 배치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도 미국 백악관을 롤모델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집무실에 더해 내각 각료를 대통령 참모로 두고 수시로 직접 보고 받는 개방형 조직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 이전을 공식화한 인수위는 대통령실 내실을 다지는 개혁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집무실 이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우려 표시와 무관하게 내부적으로 청와대 개혁 논의의 고삐를 한층 더 바짝 죄는 분위기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어제 오후 청와대 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TF)의 첫 공식 회의를 열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 청와대의 문제점과 대안이 초벌 수준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수석보좌관 제도는 '유물'로 사라질 전망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수석이란 명칭 자체가 옛날식"이라며 "보좌관·비서관·행정관으로 간소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수석이라는 단어가 가진 권위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지휘부 같은 느낌을 수평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수석 대신 각 부처 장·차관이 사실상 대통령의 참모로 일하는 것이 윤 당선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모습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한이 막강한 것으로 평가됐던 현 정부 청와대에 대한 평가도 깔렸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해 내각의 재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비서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장·차관이 수석에게 보고하고, 그걸 수석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구조는 이상하다"며 "장·차관이 각자 대통령에 직보하는 참모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맥락에서 장관에 '비서'(Secretary)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Secretary of State(세크리터리 오브 스테이트)', 국방장관을 'Secretary of Defense(세크리터리 오브 디펜스)'나 'Defense Secretary(디펜스 세크리터리)'라고 부르는 것처럼 장관도 대통령의 참모라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장관을 'Minister(미니스터)'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한편, 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가 5대5 비율로 결합하게 될 민관 합동 위원회는 큰 틀의 국정 의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가동된 국민통합위원회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등의 위원회를 인수위 활동 종료 후에도 존속시켜 민관 합동 위원회로 흡수 통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선인 비서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젠다 생산은 민관 통합 위원회, 구체적인 실행은 각 부처, 정무·정책 조율은 대통령실이 각각 맡는 세 가지 축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