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 매체 "예고편서 사라졌던 대만 국기·일장기 복원"

WSJ "中 텐센트, '친미 영화' 의식해 탑건 투자 중도 철회"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영화 '탑건' 속편에 대만 국기가 등장하면서 할리우드 영화계가 중국 당국의 검열을 의식해온 행보에서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31일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탑건:매버릭'의 주인공 톰 크루즈가 대만 국기가 그려진 조종사 점퍼를 입고 영화에 등장한다고 전했다.

앞서 자유시보와 타이완 뉴스, SETN 등 대만 현지 언론들은 "탑건에 중화민국(대만) 국기가 돌아왔다"며 현지 관객들이 환호했다고 보도했다.

2019년 공개된 이 영화 예고편에서 크루즈는 대만 국기와 일장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나왔으나 이후 트레일러 영상에선 이 장면이 사라지면서 제작사 파라마운트가 중국 당국의 검열을 의식했다는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탑건 제작진이 중국의 분노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크루즈 재킷에 대만 국기를 넣었다"며 "할리우드 영화사의 일부 경영진이 중국 검열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페이지를 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신에 따르면 탑건 주인공이 걸친 점퍼는 아버지가 남긴 유품으로 설정됐다.

극 중 주인공 아버지는 1960년대 미 해군 복무 당시 대만과 일본 근해에서 임무를 수행한 것을 기념해 대만 국기가 부착된 점퍼를 착용한 것으로 묘사됐다.

이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최대의 테크 기업 텐센트가 탑건 제작사 파라마운트와 2019년 7월 제휴 계약을 맺었으나 '친미 영화' 지원에 나섰다는 평가를 우려해 투자를 철회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중국 공산당 관리들이 미군을 기념하는 영화(탑건) 제작 제휴 건에 대해 화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텐센트 경영진이 이를 고려해 2019년 말 투자를 중도 철회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대만 언론들이 영화 탑건을 둘러싼 민감한 내용을 잇달아 보도하는 가운데 이 영화는 현재 중국 당국의 개봉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WSJ은 "파라마운트 경영진은 현재 중국 개봉을 기대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에서 기대 이상의 흥행 실적을 거두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탑건은 현재 개봉 나흘 만에 북미 시장에서 1억5천600만 달러(1천930억 원) 박스오피스 기록을 세웠다.

이는 미국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에 맞춰 개봉한 영화 중 역대 최고 성적이다.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