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에 존경" 13초 추모 뒤 2분간 지지세 몰이

내달 대선 여론서 룰라에 12∼15% 뒤처져 패색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캠페인을 위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을 이용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장례식 참석차 영국에 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런던에 있는 영국 주재 브라질 대사 관저 발코니에서 연설했다.

그는 유족과 영국민에게 "깊은 존경"을 표하면서 런던 방문의 주목적은 여왕 추모라고 밝혔다.

그런데 그는 13초가 걸린 이 발언이 끝나자마자 대선 모드로 돌변해 발코니 지지자들을 향해 2분간 정치적 발언을 이어나갔다.

그는 "우리는 바른길을 가고 있다"며 "우리는 마약 합법화, 낙태 합법화 논의를 원치 않는 나라, 젠더 이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슬로건은 신, 조국, 가족, 자유"라고 강조했다.

조문차 해외에 나가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자 브라질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우익 정치인이자 한때 보우소나루와 협력했던 조이스 하셀만은 "보우소나루는 여왕의 장례식을 선거 연단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고, 법학 교수인 파울로 아브라오는 "또 다른 국제적 불명예"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언론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여왕의 장례식을 자신의 선거운동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로 봤다고 보도했다.

현지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런던에 방문하기로 한 결정은 대선 운동용 영상녹화 기회와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시작되는 대선을 앞두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좌파 진영을 대표하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12∼15%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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