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째 같은 아파트서 검소한 생활…"평소 노동가치 강조"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인도계 엘리트 출신인 리시 수낵 영국 신임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취임한 가운데 그의 장인이자 인도의 유명한 억만장자인 나라야나 무르티 인포시스 전 회장의 인물됨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무르티 전 회장은 39억 파운드(약 6조3천740억원)가 넘는 자산을 지니고서도 수십 년째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차량도 소형차를 타며, 화장실 청소와 설거지를 직접 할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르티 전 회장의 아내 수다는 2017년에 발간한 자전적 에세이 '3천 번의 바느질'에서 남편 무르티가 식사한 뒤에 자신이 사용한 접시를 스스로 닦고, 화장실 청소도 한다고 밝혔다.

인도에선 이러한 일을 카스트(인도의 계급제)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보통인 까닭에 이러한 면모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그가 창업한 인도 정보기술(IT) 대기업 인포시스의 직원들은 무르티 전 회장이 회사 구내식당에서 사소한 전기 결함이 발견되자 손수 문제를 해결한 적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평소 노동의 가치를 강조해 온 무르티 전 회장은 뇌물을 받지 않고 청렴한 생활을 하는 동시에 자신의 부를 함부로 과시하거나 낭비하지 않는 인물로 간주돼 왔다.

여느 재벌들처럼 고급 맞춤복을 입거나 개인 항공기를 구매하고 호화로운 휴가를 즐기는 경우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그의 아파트는 책으로 가득하며, 그는 책을 읽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절제된 삶을 사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전해졌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무르티 전 회장은 현재 인도에서 손꼽히는 부자이지만, 1981년 인포시스를 설립할 당시에는 컴퓨터 한 대도 사기 힘들 정도로 가난했다.

그는 아내 수다에게 1만 루피(약 17만3천원)를 빌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동료 6명과 함께 자신의 집 거실에서 인포시스를 창립했다.

이렇게 시작된 인포시스는 창립 40여 년 만에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컨설팅, 기술 및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적 IT 기업으로 성장했다.

무르티 전 회장은 인포시스를 창업한 후에도 회사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회사 매출이 10억 달러(약 1조4천200억원)에 도달할 때까지는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이코노미석을 이용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무르티 전 회장은 사규에 따라 만 65세가 된 2011년 은퇴했다가 회사의 요청을 받고 2013년에 복직했다. 당시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아들 로한을 회사에 들여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1년 뒤 정년퇴직했고 이때 로한도 함께 퇴사했다.

그의 지인인 마케팅 전문가 수헬 세스는 "무르티는 평범한 중산층 인도인이 도덕적인 동시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그의 겸손은 진짜"라고 말했다.

di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