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건설적 역할' 요청에 中 확답 안해…진영논리 넘어선 북핵공조 여전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한미일중의 연쇄 정상외교가 끝나자마자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섰다.

일련의 정상외교 결과를 지켜본 결과 주요국들이 여전히 단합된 대북 대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 북한이 또다시 대형 도발 감행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18일 오전 10시 15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화성-17형'으로 추정된 ICBM 1발을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약 1천km, 최고고도 약 6천100km, 속도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으며 이 경우 사거리 1만5천㎞ 이상으로 미 본토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주목되는 점은 아세안 및 주요 20개국(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중 연쇄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직후에 북한의 대형 도발이 감행됐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했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북한에 도발 자제 필요성을 분명히 할 의무가 있다며 시 주석에게 중국이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북한이 도발을 계속한다면 역내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직시하고 각측의 우려, 특히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균형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며 미국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시 주석은 15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긴장 고조가 양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건설적 역할' 의향을 밝히기도 했지만, 북핵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전략적 고려가 달라졌다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한미일의 대북 군사공조가 강화되고 미국이 역내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에는 중국도 부담을 느끼겠지만, 그렇다고 한미일이 요구하는 대북 압박에 동참하고 나서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지난 13일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프놈펜 정상성명' 등을 통해 대중국 견제 공조를 확대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런 미국의 전략적 의도와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여전히 경계하면서 러시아와의 공조를 통한 독자적 접근법을 추진하는 행보로 맞서고 있다.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러시아 북핵 수석대표를 지낸 뒤 주중 러시아 대사로 부임한 이고리 모르굴로프 대사를 지난 14일 만나 공동으로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처럼 관련국들이 아직 북핵 문제에 대해 '한미일' 대 '중러'로 진영 논리에 따라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북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중국이 한미의 역할 주문에 확답하지 않은 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점도 북한이 ICBM 발사 결정을 내리는데 뒷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전날 담화에서 "필경 이번 3자(한미일) 모의판은 조선반도 정세를 더욱 예측불가능한 국면에 몰아넣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긴장 고조 책임을 한미일에 전가한 것도 이런 정세를 활용한 '틈벌리기' 의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진영 논리를 넘어선 북핵 협력이 가능할지와 관련한 '진실의 순간'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강화에 협조할지가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