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조항 발동돼 안보리 추가 제재 조만간 추진될 듯

제재 채택 불발시 안보리 차원 의사표명에 참여할지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에도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대북 제재에 참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 2397호 내 이른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에 따라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을 발사했을 때 대북 유류공급 제재를 자동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논의해야 한다.

2397호 결의는 대북 정유 제품의 연간 공급량 상한선을 50만 배럴로 감축하고 원유 공급량 상한선도 400만 배럴로 정해놓았는데, 이를 추가로 줄일 근거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안보리는 지난 5월 북한이 ICBM 추정 미사일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쏘아 올리는 무력 시위를 감행했을 때도 이 조항을 발동해 대북 추가 제재안 채택을 추진했다.

이 제재 결의안에는 북한의 원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400만 배럴에서 300만 배럴로, 정제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50만 배럴에서 37만5천 배럴로 각각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킹단체 라자루스,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담당하는 조선남강 무역회사 등을 자산 동결 대상에 포함하고 북한으로부터 정보통신 기술이나 관련 서비스를 획득하거나 획득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당시 추가 제재 결의안 추진 사례를 비춰볼 때 미국은 한국, 일본 등과 안보리 대북 제재 강화를 곧바로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찾아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한미·한일 북핵수석대표도 이날 각각 유선 협의를 통해 북한의 ICBM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임을 지적하며 북한의 불법적 도발에 대해 안보리가 단합해 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북 추가 제재가 단행되면 북한은 정유, 원유 공급 사정이 더 어려워져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지만, 트리거 조항 발동만으로 대북 제재 결의가 자동으로 채택되는 것은 아니다.

안보리 결의 채택을 위해서는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이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

트리거 조항도 같은 조건을 적용받기 때문에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 없이는 대북 추가 제재는 불가능하다.

지난 5월 안보리가 대북 추가 제재안 채택을 추진했을 때 양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있어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대북 추가 제재를 추진 과정에서 미국 등과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대북 추가 제재안 채택을 반대한 후 추가 제재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더 부정적인 효과와 긴장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골적인 북한 감싸기는 중국과 러시아에 적지 않은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기에 이번에는 중러가 지난 5월과 다른 입장을 내놓을 수도 있다.

북한이 도발을 반복하며 그 수위를 올리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여기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중국과 러시아가 오롯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되지 않는다면 서방 국가는 의장 성명 등 안보리 차원의 의사 표명 작업이라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동참할지도 관심이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지난 5월 중국과 함께 대북 추가 제재안 채택을 거부한 후 러시아는 제재 결의가 아닌 의장 성명 채택을 제안했지만, 미국이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i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