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계의 전설…'인터뷰의 여왕'


미국을 대표하는 앵커 바바라 월터스가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ABC방송의 모기업인 월트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아이거는 “그는 여성 저널리즘뿐 아니라 저널리즘 자체의 선구자이자 진정한 전설”이었다고 애도했다.

1929년 출생한 월터스는 1961년 NBC ‘투데이쇼’의 방송작가로 데뷔한 뒤 같은 프로그램에서 여성 최초로 공동 진행을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4년 은퇴할 때까지 반세기 넘게 방송기자와 프로듀서, 앵커 등으로 활약했다. 특히 1976년 ABC 방송의 ‘ABC 이브닝 뉴스’의 공동 앵커로 발탁돼, 황금시간대 방송 뉴스를 진행한 미 최초의 여성 앵커가 됐다. 남성 앵커가 뉴스를 전담했던 70년대 방송가에서는 큰 파격이었기 때문에 월터스는 언론계에서 ‘유리 천장’을 깬 인물로 평가받는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방송인으로 자리 잡은 그는  리처드 닉슨부터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역대 현직 미 대통령들을 모두 인터뷰했다. 또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이라크 사담 후세인 등 각국 정상들을 날카로운 질문으로 인터뷰해 ‘인터뷰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월터스는 훗날 “정말 인터뷰하고 싶었던 두 명과 못 한 게 후회스럽다”고 했는데,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와 영국 찰스 3세 왕의 전처 다이애나 왕세자빈과의 인터뷰는 성사되지 못했다.

월터스는 미국 방송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인 에미상을 무려 12번이나 수상했고, 이 중 11번은 ABC에 재직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