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중 현재 30%만 살아남아, 그나마 80세 이상이 70% 육박

[뉴스진단]

지난해 상봉 신청자 3647명 사망 
미주 지역 신청자도 대부분 고령
남북관계 급랭, 5년 간 연락 단절
"재회 기약없이 흐르는 세월 야속"  

#함경북도 출신인 염모씨는 올해 92세다. 수년전 아내와 사별하고 현재 LA한인타운 인근 노인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는 "이제 살날이 얼마 안남았는데 6.25전쟁때 헤어진 동생들을 마지막으로 보고싶다"고 말했다. 전쟁당시 7남매의 장남으로 홀로 남한으로 넘어온 그는 한때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통해 몇몇 동생의 생족 사실을 확인했으나 끝내 상봉은 이뤄지지 못했다. 염씨는 "북한에 두고온 혈육에 대한 그리움은 그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재회의 기약없이 흘러만 가는 세월에 깊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아직 한국에 살아 있는 사람은 3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거주 한인 통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21일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총 13만3675명이며 이 가운데 생존자는 31.8%(4만2624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1∼12월 정부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한 사람 중 사망한 이는 총 3647명이었다.

그나마 아직 생존해 있는 신청자도 대부분 고령이다. 90세 이상(28.5%)과 80∼89세(37.1%)가 가장 많으며 70∼79세는 19.2%, 60∼69세는 9.3%, 59세 이하는 6.0% 정도다. 이는 남쪽에 있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만 대상으로 한 숫자여서 북한까지 포함하면 이산가족 규모는 훨씬 많아진다.

북한의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고 평균수명이 남한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이들이 가족과 재회를 기다리다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8월 처음 시작돼 2018년 8월까지 총 21회 열렸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정세가 급랭하면서 5년 가까이 재개되지 않았다. 2018년 9·19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상설면회소 개소와 화상 상봉, 영상 편지 교환은 전혀 시행되지 못했다.

코로나19 우려와 남측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반감으로 국경이 봉쇄돼 민간 차원의 교류도 없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추석 직전 담화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이후 대북 통지문 발송을 시도했지만, 북측이 이를 수신하지 않았다. 

권 장관은 지난달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새해 업무계획을 설명하며 "이산가족 문제에도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북한과 물밑대화는 단절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