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두려움, PTSD 걱정, 친구·가족과 헤어짐 등이 주요 요인

"코로나19 백신이나 '워크'는 주요 요인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최근 미국 젊은이들이 입대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전쟁터에 끌려가 전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AP통신이 12일 미군 육군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최근 미국 내 젊은 층에서 입대를 꺼리는 경향이 강해져 작년 미군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모병 실적을 거둔 바 있다.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은 육군 신병 모집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코로나19 백신 의무 접종이나 '워크'(woke)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실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깨어있음', '각성' 정도로 번역되는 신조어인 '워크'는 인종차별·성차별 등 이슈에 민감한 감수성을 지녔다는 뜻으로 보수파 사이에서는 이런 이슈들에 과잉반응하는 사람을 비꼬는 의미로 쓰인다.

육군 마케팅 책임자인 알렉스 핑크 소장은 육군이 외부 민간 기관에 맡겨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인용하면서 "요즘 젊은이는 군대가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곳이라고 여긴다"고 전했다.

핑크 소장은 젊은이들이 입대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 3가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걱정', '친구와 가족을 떠나는 것'이며 이는 육·해·공군 모두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육군은 이 3가지에 이어 다른 이유 중에서는 '내 인생을 보류해야만 한다'는 점이 많이 꼽혔다고 설명했다. 이런 응답률은 20%가 넘었다.

젊은이들은 군대를 안전한 곳이나 좋은 직업 경로로 생각하지 않으며, 입대하면 인생과 사회경력을 '보류'해야만 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핑크 소장의 설명이다.

약 10%는 최근 사건이나 임무가 처리된 방식을 근거로 군 지도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기에는 아프가니스탄 철군이나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 시위 진압에 군을 투입한 일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군사 기지의 생활 환경에 대한 우려, 원치 않는 업무에 배치되는 것이나 코로나19 백신, '워크' 문제 등을 꼽은 이는 그보다도 적었다.

응답자 중 입대를 꺼리는 이유로 '워크'를 꼽은 이는 4∼5%에 불과했다. '여성과 소수파가 군에서 차별을 받고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이보다는 더 높았으나 13%에 그쳤다.

이 설문조사는 작년 봄과 여름에 도합 4개월에 걸쳐 실시됐으며, 매월 16∼28세 응답자 약 600명씩이 참여했다.

미국 육군의 작년 신병 모집 실적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이었다. 당초 6만 명 모병이 목표였으나 4만5천 명에 그쳤다. 해군과 공군도 모병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육군이 가장 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채용 시장에서 구인난까지 심해짐에 따라, 육군은 각종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마련했다.

육군은 모집 실적을 초과 달성하는 담당자에게 분기당 최대 4천500달러(570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또 이미 입대한 젊은 병사(하위 3개 계급)가 다른 사람을 추천해 입대시키면 추천자를 진급시켜 주는 시범사업도 하고 있다.

크리스틴 워머스 육군장관은 올해 육군 모병 목표를 6만5천 명으로 잡았으며, 이는 상당히 어려운 목표라고 설명했다.

워머스 장관은 이번 설문조사 데이터는 일각에서 '워크'나 백신 의무화(현재는 철회됨)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이런 것들이 군이 겪고 있는 채용 문제의 주요 원인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군인력소위원장인 짐 뱅크스(인디애나주) 의원 등 공화당 정치인들은 올해 '워크'를 집중적 공격 목표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뱅크스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워크' 의제가 "모병과 (군의) 인력 유지에 지장을 주고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limhwas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