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과 전화 연결"…李 "사실무근"

대북송금, 金 "경기도 대북사업 지원 명목" vs 李 "쌍방울 독자 사업"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쌍방울의 대북송금 배경을 놓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쌍방울 그룹 전 회장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양상이다.

김 전 회장은 경기도의 대북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북측에 돈을 보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 전 부지사 등 경기도 측 의혹 당사자들은 연관성에 줄곧 선을 긋고 있다.

◇ 이화영이 이재명-김성태 전화 통화 연결?

16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17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전화 연결을 시켜준 당사자로 이화영 전 부지사를 지목했다.

쌍방울이 중국 선양에서 북측 조선아태위와 경제협력 사안을 논의한 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와 통화하고 나서 자신을 바꿔줬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초기 검찰 조사 때까지만 해도 "이 대표와 통화 한 번 해본 적 없다. 대북 송금은 쌍방울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을 위한 대가"라며 경기도와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이 여러 관련 자료를 제시하자 김 전 회장은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 지원비 500만 달러, 당시 도지사 방북 지원비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측에 건넨 것이라며 대북 송금 배경을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당시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주기로 합의한 뒤 이 대표와 통화했고,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며 "대북 송금에 대해 고맙다고 한 것으로 이해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이런 김 전 회장의 진술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식사 자리에 있었던 경기도 전 간부 공무원은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과 이 대표의 전화를 연결해줬다는 언론보도가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전혀 그런 기억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재명 대표도 "소설"이라며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전화 통화했다는) 만찬이 오후 6시부터 8시까지였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그게 가능한 이야기냐"며 "이 전 부지사가 그날 (중국으로) 출발했다. 명색이 부지사가 그날 제가 재판받는 것을 뻔히 알면서 그런 전화를 바꿔줄 일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 "이화영이 대북송금 제안" vs "쌍방울의 독자적인 대북사업"

김 전 회장은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대납 경우 이 전 부지사의 요청이 먼저 있었다고 주장한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임직원을 동원해 미화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500만 달러를 북측에 건넸다고 한다.

이 시기는 김 전 회장이 북측과 스마트팜 대납을 합의하고 이 전 부지사를 통해 이 대표와 통화했다는 시점 이후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며 북측과 대북경협 협약을 종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쌍방울로서도 대북사업에 경기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경기도가 추진하는 이권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 위해 대납했다"며 "대북송금 과정을 도지사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 접촉 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쌍방울의 대북 송금이 이뤄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위해 쌍방울이 북한에 금전을 제공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대북송금이 필요한 경기도의 어떠한 대북 활동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와 쌍방울의 대북 송금 관련해 나와 이재명 대표, 경기도에 대한 모든 보도는 허위사실"이라며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 검찰 조사실서 마주한 이화영-김성태…대질신문서도 공방전

검찰은 전날인 15일 이 전 부지사를 소환해 경기도의 스마트팜 대납 등 대북송금 인지 여부를 추궁했다.

앞서 검찰은 이달 3일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전 부지사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와 안부수 회장의 대질신문을 먼저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은 쌍방울대로 사업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자 김 전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등 2명을 차례로 불러 4자 대질신문을 벌였다.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 안 회장 등 3명은 "대북송금을 알고 있지 않았냐"고 물었고, 이 전 부지사가 이를 부인하면서 조사실 분위기는 한때 격앙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감옥에 갔다 오면 (내 나이) 70이 넘는다"고 신세 한탄하며 "가족 10명이 연루됐다. 회사 다 망하게 생겼다"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한다.

그는 "2019년 1월 중국 출장 때 경기도 간부와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에 같이 있었는데 (대북 송금을) 모르는 일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은 현근택 변호사는 전날 입회 조사 전 취재진과 만나 "김 전 회장은 안부수 회장을 통해 북한 측 인사를 소개받고 이해관계에 따라 북에 송금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몇 차례 더 불러 쌍방울의 대북 송금에 경기도가 개입했는지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