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명 탑승 여객열차, 화물열차와 충돌해 탈선·화재

"축제 휴일 직후, 대학생 등 젊은층 많아"…"아직 잔해더미 아래에 사람들" 인명 피해 늘어날 가능성

아비규환 현장 "열차 두칸 박살나고 연기기둥, 사람들 튕겨져 나가" "가방으로 창문 깨고 탈출"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오진송 기자 = 그리스 중부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기차 2대가 충돌해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춘제 카니발 시즌을 맞아 월요일인 지난달 27일도 공휴일로 지정돼 황금연휴를 즐기고 귀향하던 대학생 등 젊은층이 많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비극을 더하고 있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밤 자정이 조금 안 된 시각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에서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정면충돌해 여객 열차의 일부 객차가 탈선하고 불이 붙었다.

여객 열차는 수도 아테네에서 출발해 북부의 제2 도시 테살로니키를 향하고 있었으며, 승객 약 350명과 직원 약 20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 열차는 테살로니키에서 라리사로 가고 있었다.

사고 당시 여객 열차는 지하터널을 막 벗어나 고속으로 주행하던 중 마주 오던 화물열차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사고로 현재까지 36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일부 승객은 강력한 충격 때문에 객차의 차창 밖으로 튕겨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66명이 병원에 입원 중인데, 6명은 집중 치료 중이라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당국자들은 테살로니키를 향하던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상당수는 긴 주말 기간 축제를 즐기고 돌아오던 대학생들이었다고 말했다.

미나 가가 보건부 부장관은 "이는 이해하기 힘든 끔찍한 비극"이라며 "이 아이들의 부모들에 대해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색 작업이 진행되면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소방당국 대변인은 "두 열차의 충돌이 너무 심각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구급차 수십 대가 투입됐으며, 화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인근 병원에 비상경보를 발령했다고 덧붙였다.

dpa 통신은 한 구조대원이 현장의 취재진에게 "대부분 부상자가 머리를 다치거나 팔, 다리 골절 등을 당했다"라며 "불행히도 아직 많은 사람이 잔해더미 아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열차가 어떤 경위로 정면충돌하게 됐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경찰이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지만, 철도회사 관련자 중 구금된 사람은 없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코스타스 아고라스토스 테살리아 주지사는 TV 인터뷰에서 "매우 강력한 충돌이었다. 끔찍한 밤이다"라며 "현장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1, 2호 객차는 파손돼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3호 객차는 탈선됐다"며 "잔해와 차량을 들어 올릴 크레인과 특수 중장비를 들여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SKAI에 방송된 영상에서도 탈선된 열차 칸들은 창문이 깨지는 등 심하게 훼손됐고 두꺼운 연기 기둥이 공중으로 치솟는 모습이 보인다. 인근 도로에는 부서진 열차 잔해가 흩어져 있다.

사고 현장에 화재로 인한 짙은 연기가 가득 차 있어 구조대원들은 헤드램프를 착용한 채 열차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했다.

인근 다리 아래로 대피한 한 청년은 SKAI에 "열차 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승객 안젤로스 차무라스는 ERT에 "지진이 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미한 부상을 당하거나 다치지 않은 승객들은 130㎞가량 북쪽에 있는 목적지 테살로니키를 향해 버스로 이동했다. 경찰은 부상자와 실종자 파악을 위해 버스로 이동한 승객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열차의 네 번째 차량에 타고 있었다는 한 10대 승객은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현지 기자들에게 "사고 당시 급제동이 걸리는 것이 느껴졌고 불꽃이 튀면서 열차가 급정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탄 칸은 탈선하지 않았지만 앞 차량들이 탈선해 부서졌다"며 "첫 칸에서는 불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유리창을 가방으로 깨고 가까스로 탈출했다고도 했다.

di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