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내 20개 초교 신입생 '0명'·20개 초교 신입생 각각 '1명'

(홍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입학해서 너무 좋아요! 친구는 없지만, 형들이랑 볼링도 하고 도미노도 할 거예요!"

새 학기가 시작된 2일 강원 홍천군 구송초등학교에서 박지환(7)군은 15명의 형, 누나에게 환영을 받으며 '나 홀로 입학식'을 치렀다.

입학식 전부터 부모님에게 "왜 친구가 없냐"며 아쉬워했던 박군은 꽃다발과 선물을 받고는 금세 "입학해서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워낙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며 "혼자 입학식을 해야 한다고 하니 왜 친구가 없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밥도 혼자 먹지는 않을까 걱정이지만 아이들이 적다 보니 선생님들께서 잘 챙겨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입학식을 마친 박군은 앞으로 한 교실에서 생활할 2학년 형들 3명과 인사를 건넨 뒤 자리에 앉아 고사리손으로 새 교과서에 자신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적어나갔다.

도내에서는 학생 수가 3명 이하일 경우 학급을 통합해 복식수업을 진행하는데, 구송초의 경우 3·4학년과 특수학급을 제외하고 모두 복식수업을 하고 있다.

이날 유일한 신입생 박군이 구송초에 입학하면서 1학년과 2학년 학급도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구송초와 같이 올해 도내 일부 학교에서는 신입생이 아무도 없거나 홀로 입학하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양양 현성초등학교를 비롯한 초교 20곳(본교 7곳, 분교장 13곳)은 신입생이 없으며 춘천 광판초등학교를 포함한 20곳(본교 18곳, 분교장 2곳)은 신입생이 1명으로 집계됐다.

60명 이하 소규모 고교에서도 태백 철암고를 포함해 19곳이며, 삼척 가곡고와 영월 상동고는 전교생이 10명 이하이고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시골 학교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은 학생 수가 적어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개별 지도, 심리 상태 파악 등이 용이하기는 하지만, 규모가 큰 학교들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고 토로한다.

조준형 구송초교 교장은 "축구 하나를 하려고 해도 11명이 필요한데, 우리 학교는 워낙 인원이 적어 다양한 그룹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에 구송초는 아이들에게 골프, 컴퓨터 코딩, 피아노 등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있다.

올해 도내 초등학생 수는 지난해 7만1천612명에서 올해 6만9천523명으로 2천89명이 감소했다. 이에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동 지역은 26명에서 25명, 기타 지역은 24명에서 23명으로 1명씩 줄였다. 1학년 학생 수 20명 상한 적용은 그대로 유지했다.

중학생 수는 지난해 3만7천922명에서 올해 3만7천20명으로 902명이 줄었으나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은 지난해와 같이 28명을 유지했다.

고등학생 수는 지난해 3만6천821명에서 올해 3만6천927명으로 106명이 늘었으나, 이는 출생아 수가 많았던 황금돼지띠(2007년생) 학생들이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함에 따른 증가로 분석했다.

최영일 도 교육청 행정과장은 "학생 수 감소가 지속해 학급 정원 축소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학생 수 추이와 교실 여건, 교원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교급별 학급당 적정 학생 수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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