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 '표준시' 제정 움직임 가속…각국 달 탐사 급증, 시간 기록 일치 필요성

[유럽우주국]

인간 상주기지 건설등 달 출입 수십건 예정

우주인들과 지상 관제사들간 소통에 필수적

“하루 길이 29.5일 달 표준시 제정 큰 도전”

세계 각국이 달 탐사 경쟁에 나서면서 달 표면의 시간을 하나로 통일해 사용할 수 있도록 달 '표준시'를 제정할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고 NBC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유럽우주국(ESA)은 많은 국가가 달 탐사에 나서고 있는 만큼 각 우주기관의 달 탐사 활동 시간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ESA는 향후 몇 년간 계획된 달 탐사가 인간 상주 기지 건설 등 수십 건에 달한다며 모두가 공통으로 사용할 달 표준시를 제정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주 공간에서의 시간은 국가별로 지구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있는데, 여러 나라가 동시에 달 표면 또는 주위에서 탐사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달에서의 시간을 기록할 보편적인 방법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달 표준시가 만들어지면 각국 우주기관 간 협력이 쉬워질 뿐 아니라 달 표면에서의 안내와 탐색도 더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달 표준시 제정에는 몇 가지 큰 장애물이 있다.

먼저 어떤 한 우주기관이 '달 표준시'를 설정, 유지하는 책임을 맡아야 하느냐가 명확하지 않고, 달 표준시가 만들어지면 이를 지구 시간과 연결할지 아니면 독립적으로 기능하게 할지도 정해야 한다.

달 시간 기록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달 표면의 시계는 하루에 56마이크로초씩(1마이크로초는 100만분의 1초) 빨라져 지구의 시계보다 조금씩 빨리 간다. 이런 작은 변화는 또 위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달 표면의 시계들이 달 궤도선에 있는 시계와 같은 속도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

ESA 인간 및 로봇탐사국 베른하르트 후펜바흐 박사는 "하루의 길이가 29.5일이나 되고 꽁꽁 얼어붙는 밤이 14일간 계속되는 달의 표준시를 만드는 것은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달 표준시를 만든다면 다른 행성 표준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 표준시는 우주인들과 지상 관제사들에게 달 표면 시간을 알려주는 것 외에도 달 표면에 기지 등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도 꼭 필요하다.

ESA 관계자는 현재 달 탐사 임무에는 탐사선에 탑재된 지구 시간과 연동된 심우주안테나가 사용되는데 달에 인간이 항구적으로 머물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지면 이 방법을 계속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기관 관계자들은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유럽우주연구기술센터에 모여 이에대한 집중 논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