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범행 직후 6천만원 요구했지만 거절"

(서울=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경찰 수사를 받는 유모 씨 부부 측은 주범 이경우(36)에게 착수금 4천만원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착수금이 아니라 빌려준 것"이라고 5일 주장했다.

유씨의 변호인은 이날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부가 2021년 이경우에게 3천500만원을 빌려주면서 변제기간 5년, 이자율 2%로 차용증을 썼다"고 말했다. 다만 유씨가 비슷한 시기 이경우에게 따로 건넨 돈 500만원은 차용증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유씨 부부는 살인을 의뢰한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 투자로 알게 된 이경우가 재력가인 자신들에게 수 년에 걸쳐 돈을 요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유씨 부부가 이경우에게 건넨 4천만원이 피해자 A(48)씨 납치·살인을 의뢰하며 지불한 '착수금' 성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유씨는 지난달 29일 밤 범행 직후부터 31일 오후 체포되기 전까지 이경우가 각각 경기 용인시 집과 서울 논현동 사무실 근처로 찾아와 6천만원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고 변호인은 전했다.

유씨 부부와 피해자 A씨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에서 비롯한 각종 민형사 소송으로 얽혀 있다.

이경우는 2021년 초 P코인 폭락으로 손실을 입자 유씨의 아내 황모 씨를 찾아가 1억9천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뻬앗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P코인 투자홍보를 담당한 A씨도 함께 수사받았으나 불송치 결정이 났다.

유씨 부부는 1억원 상당의 가상화폐 이더리움으로 투자한 P코인을 받지 못했다며 같은 해 10월께 A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부부는 소수 투자자에게 사전 공개하는 '프라이빗 세일' 방식으로도 P코인에 30억원을 투자했지만 코인은 아직 받지 못했다고 유씨 측은 전했다.

유씨 부부는 휴대전화 판매대리점을 운영하다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투자에 성공해 자산을 불렸다고 한다. 이들은 최근 홍콩에 가상화폐 플랫폼 업체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경기 용인시 한 백화점에서 유씨를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체포하고 주거지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내 황씨도 임의동행해 조사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s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