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40줄과 경단 떡으로 허기 채우며 꼼짝않고 33시간 이동"
긴박했던 생사의 탈출작전 '프라미스'

공항 폐쇄, 버스타고 33시간 달려  820km 이동
무력 충돌 내전 수준 격화, 피를 말리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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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해·공군 최정예 특수요원들 총동원 
안전 지대 도착하기 전까지'특급 보안'유지

군벌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진 수단의 현지 교민 구출 작전은 ‘특급 보안’과 극도의 긴박감 속에서 진행됐다. 정부는 24일 밤 현지 교민들이 탄 버스가 우리 군의 C-130J 수송기가 대기 중인 포트수단 국제공항에 도착해서야 ‘프로미스(Promise)’로 명명된 철수 작전의 진행 사실을 공개했다. 현지 상황이 내전 수준으로 격화되면서 장시간 불안과 공포 속에 피를 말리는 대피 과정을 겪었던 교민들도 공항에 도착해서야 기쁨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철수 작전은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정부와 군은 분초를 다투며 하르툼(수단의 수도)의 주수단 한국대사관에 피신 중인 교민 28명의 구출 경로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무력 충돌로 하르툼 공항이 폐쇄된 상황에서 최단 시간에 ‘탈출 루트’를 찾는 것에 작전의 성패가 달려 있었다.

최단시간 탈출, 작전의 성패
우리 교민 28명은 하루가 넘는 강행군 끝에 마침내 우리 군용기에 오를 수 있었다.
탈출 교민들은 23일 오전 교전이 한창인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출발했다. 이들을 태운 버스가 24일 오후 2시40분께 포트수단에 진입했으니 하르툼에서 포트수단까지 약 850㎞를 이동하는 데 33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평소 때 같으면 차량으로 약 13∼15시간 쯤 걸리는 거리였으나 안전을 위해 다소 돌아가는 경로를 택해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김밥 40줄과 경단 떡을 먹으며 버텼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비상식량으로 갖고 있던 과자와 라면, 오징어포, 인삼차 등을 서로 나눠 먹었다”면서 “화장실에 가기 어려워 (음료 등을) 많이 먹는 것은 피했다”고 말했다. 현지 상황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탓에 육로 이동에는 적지 않은 위험이 예상됐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피난민과 유엔 직원들이 포트수단까지 육로로 이동한 점을 참조했다.

UAE 등 우방국 도움 실효
또 정부는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우방국, 인접국 국민들과 함께 이동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수단에 체류 중인 일본인 수 명도 우리 교민과 동행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민들도 함께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교민 철수 작전을 릫프라미스릮라 명명하고, 여러 가지 이동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관련국에 꾸준히 협조를 요청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프라미스 작전이 시작된 이후 지하 3층 벙커의 위기관리센터에서 2∼3시간에 한 번씩 국가안보실장·국가안보실 1차장·국방부 장관 등이 모여 상황을 점검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1일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교·국제협력부 장관과 통화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한 대피·철수를 위해 정보 공유와 가능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방부는 우리 교민의 안전한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사실상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했다.
가장 먼저 C-130J  '수퍼 허큘리스' 수송기가 지난 21일 현지로 급파됐다. 이 수송기에는 '특전사 중의 특전사'로 불리는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와 공군의 최정예 특수요원인 공정통제사(CCT) 등이 탑승했다.

공중급유기, 작전 성공의 주역

다음 날에는 항공편 이용이 여의찮을 경우를 대비해 오만 살랄라 항에 있던 청해부대 소속 충무공이순신함(DDH-II·4천400t급)이 수단 인근 해역으로 이동했다.
충무공이순신함에는 해군의 정예 특수부대인 특수전전단이 배치돼 있다. 우리 교민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육·해·공군의 최정예 특수요원들이 모두 동원된 것이다.
'하늘의 주유소'로 불리는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기 KC-330 시그너스도 23일 부산에서 이륙해 24일 오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에 도착했다.

먼저 투입된 수퍼 허큘리스와 시그너스는 지난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됐을 때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가족 390여명을 구출하는 '미라클 작전'을 수행했다.
이번에도 수퍼 허큘리스는 포트수단에 도착한 우리 교민들을 사우디 제다 공항으로 이송했고, 제다 공항에 대기 중인 시그너스는 이들을 태우고 서울공항으로 돌아왔다.
'미라클'에 이어 '프라미스'에서도 수퍼 허큘리스와 시그너스는 작전의 주연을 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