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풍향계' 멕시코주 주지사 선거 

[멕시코]

집권당 고메스 후보, '우파 보루'에서 6년 전 패배 설욕
유권자 최다 주서 당선…대선 전초전 여야 희비 엇갈려

멕시코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아 이듬해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멕시코주(EDOMEX) 주지사 선거에서 집권당 후보가 승리했다.

5일 멕시코주 선거관리위원회(IEEM) 홈페이지 개표 현황을 보면 집권당(국가재건운동·MORENA) 소속이자 중도좌파 성향 연합 후보인 델피나 고메스(60) 전 상원의원은 전날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 개표율 99% 기준 52.66%를 득표했다. 이로써 44.33%를 득표한 야당(제도혁명당·PRI) 우파 연합 후보 알레한드라 델 모랄(39) 전 멕시코주 사회개발부 장관을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했다.

직전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고메스 후보는 이로써 멕시코주에서 처음으로 여성 주지사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임기는 10월 4일부터 6년이다.

고메스 후보는 "그간 100년 가까운 부패와 방치의 역사가 이어졌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게 됐다"며 "제게 주어진 위대한 임무를 책임과 자부심을 가지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멕시코 32개주(연방구인 멕시코시티 포함) 중 한 곳의 지방자치단체 수장을 뽑는 것으로 의미를 제한할 수 있지만, 멕시코 국내에서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로 이목이 집중됐다.

우선 멕시코주 주지사 선거는 매번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지는 만큼 민심의 향방을 미리 살필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해왔다. 전통적으로 멕시코주 인구(1천742만7천790명)와 유권자(1천273만9천625명·이상 멕시코 주정부 및 주 선거관리위원회 올해 집계 기준)가 멕시코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데다가 수도권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멕시코주 첫 여성 주지사가 배출되는 선거로도 관심을 모았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두 후보 모두 여성이었다.

멕시코주에서의 90년 넘게 이어져온 '우파 천하'를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멕시코 정치권에서는 큰 관심사였다. 우파인 제도혁명당은 전신인 국가혁명당(PNR)과 멕시코혁명당(PRM)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1929년 이래로 단 한 번도 멕시코주 주지사 자리를 다른 당에 내준 적 없다.

직전 대통령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 역시 멕시코주 주지사 출신일 만큼, 이 나라 우파의 최후 보루이자 정치적 고향으로 꼽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러나 좌파인 집권당 고메스 후보가 94년 만에 처음으로 우파인 델 모랄 후보를 제치면서, 역사를 썼다. 그는 1∼5월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델 모랄 후보를 내내 여유 있게 앞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