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236명 미신고 사례 중 23건 표본조사서 벌써 사망 3명·유기 1명 확인

출생 미신고, 과태료 5만원뿐…학대 등 아동복지 조사 사각지대 지적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기자 =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견된 영아 시신 2구는 생후 1일 만에 살해돼 냉장고에 유기됐다.

친모 30대 A씨는 아이들을 산부인과에서 출산했기에, A씨가 병원에서 출산한 기록은 기관에 등록됐다. 그러나 A씨는 자녀들에 대한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다.

2018년 11월 첫 아이를 살해한 A씨의 범행이 4년 7개월이나 지나서야 드러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인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출산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사례가 있는지 조사했는데, 그 수가 2천236명에 달한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감사원은 대상자 중 학교에 갈 나이임에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보호자가 이유 없이 연락을 거부하는 경우, 1명의 보호자가 2명 이상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등 23건을 추려 경찰과 지자체가 생사를 확인하게 됐다.

그랬더니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최소 3건의 사망 사고와 1건의 유기 사례가 발견됐다.

A씨의 숨진 두 자녀 외에도 지난해 3월 창원에서 20대 친모 B씨로부터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않아 생후 76일 만에 숨진 여자아이도 출생 미신고 영유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에 태어난 한 여자아이는 친모가 출산 직후 아기를 서울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아이는 현재 다른 가정에 입양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19명에 대해서는 현재 생사 여부 확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경기 화성시에 사는 20대 여성 C씨는 영아 유기 정황이 확인돼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C씨는 2021년 1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생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인터넷에서 아기를 데려간다는 사람을 찾게 돼 그에게 아기를 넘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C씨 외 다른 사례들 역시 보호자들이 연락받지 않거나 현장 방문을 회피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생 신고도 되지 않은 채 사망한 아이 사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감사원은 여전히 안전이 불분명한 나머지 1천900여명을 복지부 위기아동 조사대상에 포함해 전수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의 표본 조사에서 심각한 사건이 드러났기에 전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각지대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아이 존재를 확인하기 어려운 현 복지체계의 한계점에서 비롯한다.

복지부는 학대 위기 아동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기 위해 필수 예방접종을 안 했거나 의료기관 진료 기록이 없는 만 2세 이하 아동을 전수조사하는 계획안을 지난 4월 발표했다.

문제는 해당 조사가 출생신고가 돼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된 경우에 국한됐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파악한 출생 미신고 2천여명의 경우 병원에서 출산한 기록이 있어 당국도 출생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복지부는 이런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지난 4월 대책 발표 당시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정보를 직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 정보시스템에 등록하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를 도입 추진한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했다.

그러나 행정부담과 시스템상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 등을 이유로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고, 해당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라 언제 시행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현행 시스템상으로는 출생신고 의무는 오직 부모에게만 맡겨져 있다.

병원은 부모에게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통보해줄 뿐이다. 신고하지 않아도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며, 과태료는 5만원에 불과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수조사 대상이 2세 이하의 아동 중 출생신고가 된 아이들로 국한돼 해당 조사로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들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며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과 관련해 의료계가 우려하는 내용을 보완해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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