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태부족, 대기 공간은 '후텁지근'…"병원 아닌 군 의무대 수준"

(부안=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Who's the next?(다음 사람이요?)"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에 마련된 잼버리 병원.

병원 앞에 마련된 쉼터 형태의 대기 공간에서 자원봉사자가 다음으로 진료를 볼 환자를 찾고 있었다.

사람들까지 북적거리면서 후텁지근한 공기로 가득한 대기 공간은 온열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이들을 더 힘겹게 했다.

병원 내 환자가 빠지면 대기자가 차례대로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시스템이었다.

병원으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처치실에 병상 4개가 눈에 들어왔다.

환자들은 병상에 누워 의료진의 진료를 받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군대에서 쓸 법한 야전 침상에 환자들이 차례로 누워 있었다.

밀려드는 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없어 야전 침상을 바닥에 깔아둔 것이다.

바닥에 주저앉아 침상에 누운 환자를 바라보는 가족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이런 침상마저도 차지하지 못한 환자들은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거나, 열을 식히려고 차가운 물병을 얼굴에 대고 있었다.

단순히 더위를 먹어 병원을 찾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119구급대가 급히 이송한 환자도 있었다.

이런 119 이송 환자와 내원 환자가 뒤섞이면서 잼버리 병원은 포화 그 자체였다.

한 구급대원은 "이른 오전부터 야영지 내 온열질환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며 "신고가 쉴 새 없이 들어와 병원과 야영지를 수시로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잼버리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환자는 외부 병원으로 이송한다"며 "오늘은 1명을 잼버리 협력병원으로 옮겼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밀려드는 환자 상태를 살피는 동시에 속속 도착한 의약품을 병원 안으로 실어 나르느라 바빴다.

잠시 한숨을 돌린 한 의료진은 "여기는 병원이 아니라 의무대 수준밖에 안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환자가 병원에 오면 접수하고 검사를 받고 처치를 받고 의료진이 처방을 내리는 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는 그냥 주먹구구식"이라며 "혈액검사조차 할 수가 없어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기도 힘들고, 필요한 약품도 밀봉된 박스에서 그때그때 꺼내쓰는 형편"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침상이 부족한 건 물론이고 대기 환자를 저런 좁고 더운 공간에 두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잼버리가 열흘이나 더 남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이 병원을 운영할지 걱정"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의자에 앉은 환자를 살피던 또 다른 의료진은 "침상이 부족해 환자가 제대로 몸을 뉠 수가 없다"며 "지금, 이 병원에 가장 필요한 건 의료진이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과 침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잼버리 조직위는 30명의 의사, 60명의 간호사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고 70개 수준인 병상을 최대 22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d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