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서 극단 선택 시도한 손님…"생명 소중히 여겼으면"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여느 때처럼 손님이 택시에 탔는데,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많은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지만 지켜봐야 할 것 같았어요."

작은 관심으로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소중한 생명을 살린 택시 기사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일 오전 1시께 강원 춘천시에서 20여년간 택시 기사로 일하는 박인경(64)씨는 "소양강 처녀상으로 가 달라"는 50대 승객 한 명을 태웠다.

스카이워크가 설치된 관광지를 어두운 새벽에 가는데 이상함을 느낀 박씨는 승객에게 "이 시간에 왜 그곳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승객은 "바람 쐬러 간다"고 짧게 답한 뒤 택시에서 황급히 내렸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비틀거리며 넘어진 승객은 이내 힘겹게 일어나 목적지 인근 계단에 몸을 기댔다.

'혹시나' 했던 마음에 박씨는 승객과 10∼20m 떨어진 곳에 정차한 뒤 그를 한참 동안 지켜봤다.

그러다 승객이 처녀상 난간으로 향하는 모습을 본 박씨는 극단적 선택이 의심돼 곧장 112에 신고했다.

"처녀상에서 손님이 안 좋은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빨리 경찰관 좀 보내주세요."

이어 경찰 공동 대응 요청으로 먼저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위태롭게 서 있는 승객에게 다가가 설득하기 시작했다.

승객은 그제야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소방대원들을 따라 구급차로 발을 돌렸다.

박씨가 어려움에 부딪힌 이웃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한 번은 소양댐으로 가달라는 손님이 있었는데, 그분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하셨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그날은 운행을 접고 손님과 술 한잔하며 얘기를 들어줬죠. 힘들어도 살라고 설득했어요. 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내다 택시를 불러서 함께 귀가한 기억이 있습니다."

팍팍하고 숨 가쁜 일상에서도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으로 생명을 살렸지만, 그는 승객들을 "구했다"는 생각보다도 그들이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한 번 죽음을 생각한 사람은 또 그럴 수 있잖아요. 그게 걱정이죠. 누구나 때로는 사는 게 힘들어요. 그래도, 살아야죠. 모든 분이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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