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탐사전 '루나 25호' 달 착륙 시도 중 추락·파괴 … 4년 만에 재개 프로젝트 수포로

인류 최초로 달 남극 착륙을 시도했던 러시아의 달 탐사선 ‘루나 25호’가 달 표면에 추락해 완전히 파괴됐다고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로스코스모스가 20일 밝혔다. 이에 달 남극에 최초로 도달하는 기록은 인도가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로스코스모스 “초동 분석 결과 계산된 수치와 실제 충격량 변수 간 편차 때문에 루나 25호가 계산되지 않은 궤도로 진입했다. 달 표면에 충돌해 소멸했다”고 설명했다. 루나 25호는 전날 달 남극 착륙을 위한 궤도로 진입할 예정이었지만, 탐사선 문제로 해당 궤도로 이동하지 못했다.

11일 발사된 루나 25호는 1976년 루나 24호 이후 47년 만에 재개된 러시아의 달 탐사 프로젝트로, 21일 달 남극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이후 1년간 연착륙 기술 개발, 달 내부 구조 연구, 물 포함 자원 탐사, 우주 광선과 전자기파의 달 표면 영향 연구 등을 수행할 계획이었다.
앞서 지난달 14일 인도도 달 남극 착륙을 목표로 ‘찬드라얀 3호’를 발사했다. 찬드라얀 3호는 우회 경로로 이동하기 때문에 직선 경로를 채택한 루나 25호보다 늦은 23일 목표 지점에 착륙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인도가 달 남극으로 향하는 것은 ‘물’ 때문이다. 달의 남극은 태양광이 비치지 않아 영구히 그림자가 드리운 지역인 ‘영구음영지역’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물이 수억 년이 지나도 증발되지 않고 동결 상태로 보존될 수 있는 것이다. 우주 전문가들은 달 남극에 다량의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은 향후 유인 탐사 시 탐사대원들의 식수는 물론 전기분해를 통해 산소 및 로켓 연료로 활용될 수 있다. 향후 달을 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면 물의 존재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달에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미국과 중국도 주요 기지 거점을 달 남극으로 설정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달 얼음 존재 가능성은 원격으로 관측해 추정한 결과였고 직접 채취한 적은 없다. 착륙선들이 달의 남극으로 향하는 것은 물의 존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 탐사의 또 다른 목적은 자원 개발이다. 현재 달의 자원 탐사와 관련한 국제 규정은 모호한 상태다. 우주 탐사 원칙을 천명한 ‘우주조약’은 우주 공간의 자원 탐사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1984년 발효된 ‘달 협정(달과 기타 천체에 있어서 국가 활동을 규율하는 협정)’은 달에서의 천연자원 개발 시 이를 전 세계가 공동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그 협정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우주 강국이 가입하지 않았다.
우주법 전문가인 정영진 국방대 교수는 “현재는 달에 먼저 도착하는 국가가 (탐사) 권한을 우선 갖는 구조”라며 “먼저 달에 도달해 탐사하는 것이 달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