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미국 정치판에서 고령 논란이 뜨겁다.
수십 명이 죽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도 헌법상 권리를 이유로 총기 규제는 제자리 걸음이지만, 현역 정치인의 나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3분의 2 이상의 국민이 찬성할 정도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발단은 공화당 상원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의 이른바 프로즌(Frozen) 2다.

올해 81세인 매코널 원내대표가 지난 7월에 이어 지난달 기자회견에도 또 갑자기 30초간 얼어붙으면서(freeze) 무(無)반응 증세를 보이자 고령 정치인의 업무 능력에 대한 우려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논란을 증폭시키는 핵심적 추동력은 조 바이든 대통령(80)에게서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82세에 취임해 86세까지 재임하게 되는데 과연 이 나이에 국정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매코널 원내대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과거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행동을 한 것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을 키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허공에 대고 악수를 청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또 교통사고로 사망해 자신이 애도 성명까지 냈던 하원의원을 행사장에서 찾은 적이 있는데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치매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정책 결정 등 국정을 수행하는 과정에 실질적인 문제를 보였다고 알려진 사례는 아직은 없다.
나아가 고령 논란이 바이든 대통령에 집중돼 있지만,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도 고령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 논란은 ▲ 고령자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합리적인 우려 ▲ 2024년 대선을 앞둔 정치 공세의 합작품이라는 평가다.
그리고 이 밑바탕에는 이른바 에이지즘(ageism)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심리학 협회에 따르면 에이지즘은 부정적이고 부정확한 고정 관념에 기반한 노인에 대한 차별로 정의된다. 인종 차별이나 성차별 등과 달리 나이에 따른 차별은 사회적으로 폭넓게 용인된다는 게 특징이다. 노인에 대한 선입견을 기반으로 한 차별을 차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직이라는 중차대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차별과 검증, 합리적 우려와 정치 공세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는 특수성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판단은 결국 정치인 개인의 양심과 유권자의 한 표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