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들 고국 돌아와 입양산업 부패 진상규명 요구"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세계 최대 '아기 수출국'이란 오명을 남긴 한국 해외 입양의 쓰라린 과거와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입양인들의 목소리를 조명했다.

NYT는 "한국은 세계 최대 해외 입양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 타국에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를 가지고 있다"며 1953년 이래 20만명의 한국 아이가 해외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러한 한국의 '아기 수출 사업'이 뿌리 깊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와 혼혈아에 대한 편견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6·25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일민주의 이념이 주한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의 혼혈아를 미국으로 떠나보내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한국 최대 입양기관 홀트의 부청하 씨가 처음 수행한 업무 역시 미군기지 인근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에게 혼혈 자녀의 해외 입양을 설득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NYT는 1960년대 말부터는 미혼모의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미혼모가 "한국 편견의 또 다른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1978년까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부 씨는 당시 매주 금요일 전국에서 20명에 달하는 아기가 홀트로 몰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아이들은 정보가 없어 의사들이 치아를 보고 나이를 가늠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기관에 도착하자마자 사망한 아기들은 출생 등록도, 사망 등록도 하지 못한 채 홀트 소유의 땅에 묻혔다.

NYT는 1970년대에는 한국이 해외 입양 중단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1980년대 이민 및 민간 외교를 추진한다는 명목하에 다시 해외 입양 산업을 복구시켰다고 설명했다.

NYT는 "국제 언론들은 한국을 '아기 수출국', '우편 주문 아기' 등으로 지칭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 정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1985년 한국 아기 8천837명이 해외로 입양됐고, 입양기관은 아기 1명당 입양비 1천450달러에 항공료, 3천~4천달러의 수수료까지 받았다.

NYT는 입양기관들이 이러한 '호황'을 이어가기 위해 미혼모를 위한 보호소를 운영하며 아기를 포기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도록 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 내용도 소개했다.

특히 한국은 올해 6월 출생통보제가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오랜 기간 출생 등록을 부모에게 맡겨왔으며, 신생아가 손쉽게 '고아'로 기록돼 입양기관의 먹잇감이 된 경우가 많았다고도 덧붙였다.

NYT는 "한국은 해외 입양 한국인들의 성공담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최근 몇 년간 귀국한 사람들(입양인)은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의문에 시달리고 있다"고 적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입양인들은 2005년 한국 정부에 과거 입양 산업의 부패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국가 차원의 시선을 끌지 못해 끝내 좌절된 바 있다.

다만 작년 8월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진상 규명을 요청했고, 이에 따른 조사가 착수됐다.

NYT는 이를 언급하며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입양 산업에 대한 정부 공식 조사를 개시했다"며 "조사단은 (내년) 봄까지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이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는 데 집착하지만, 정작 뼈아픈 입양의 역사를 인정하는 데 있어선 실패했다는 한국계 입양인 진 메이어슨의 지적도 덧붙였다.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