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비상탈출한 뒤 나홀로 실종…스텔스 기능으로 레이다 추적 어려워

軍, SNS로 "제보 부탁" 올렸다 조롱 댓글…행불 하루 만에 잔해 발견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이 자랑하는 록히드마틴의 제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B가 미국 본토 상공에서 비행 도중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극적으로 실종 하루 만에 잔해 일부가 발견되면서 행방불명 사태는 일단락됐으나 1천억원이 넘는 전투기가 한때나마 '분실'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미군 당국의 대응을 조롱하는 댓글이 폭주했다.

18일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F-35B 한 대가 전날 오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비행 도중 사라졌다.

고장 여부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조종사가 비상 탈출했고, 전투기는 하루가 지난 18일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고 해당 전투기를 운용해온 찰스턴 기지 측이 밝혔다.

사고 당시 전투기는 자동조종 모드로 비행 중이었기 때문에 조종사가 탈출한 뒤에도 한동안 계속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지 측은 "최종적으로 파악된 위치를 기초로" 찰스턴 북쪽에 위치한 2개의 큰 호수 주변에서 수색 작업을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밝혀 사고기가 추락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F-35B 전투기는 스텔스 기능이 있어 레이더로 탐지가 안 되기 때문에 사고 항공기 비행경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턴 기지는 주민들에게 실종 전투기의 소재와 관련한 정보를 알려 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렸다.

기지 측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중의 협조를 요청한다"면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전화해 달라"며 전화번호를 남기기도 했다.

전투기는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실종 다음 날인 18일 기지에서 두 시간 거리인 지점에서 잔해 일부가 발견되면서 행방불명 사태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찰스턴 기지는 SNS에 올린 글에서 전투기 잔해 일부를 찾았다면서 "지역, 카운티, 주 당국의 헌신과 지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찰스턴 기지의 SNS 계정에는 이를 조롱하는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일부는 "전투기를 본 것 같다"는 제보를 남기기도 했으나 "보상금이 있냐", "쿠바로 갔다고 한다" "공중에서 상시 감시하는 위성이 있는데 전투기를 잃어버렸다니" 등의 댓글이 밈과 함께 쏟아졌다.

F-35B는 기본형인 F-35A를 기반으로 해서 제작된 항공기로 미 해병대에서 주로 운용하며, 스텔스 기능뿐 아니라 이륙 거리가 짧고 수직 착륙 기능도 갖춰 미국의 여러 동맹국이 탐을 내는 기종이다.

최대 속도는 마하 1.6이며 항속거리 반경은 최대 1천660km, 전투행동 반경은 최대 830km에 달한다.

대당 가격 8천만 달러(약 1천60억 원)를 상회하는 미국 최첨단 무기 체계가 실종된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놀라움과 동시에 일각의 조롱을 부르고 있다.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공화)은 "어떻게 F-35를 잃어버릴 수 있느냐? 어떻게 추적 장치가 없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F-16 전투기를 공급해달라고 미국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F-35 전투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합성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과 유사한 사례로는 1989년 당시 소련의 미그-23기의 추락 사고가 있다. 폴란드 상공에서 전투기가 오작동을 일으킨 뒤 조종사는 탈출하고 전투기는 900㎞ 떨어진 벨기에에 추락했다.

이제까지 각종 사유로 추락한 F-35 계열 전투기는 최소 7대에 달한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특히 F-35B 전투기의 경우 지난 2021년 11월 17일 영국 왕립공군 소속의 F-35B 전투기가 퀸엘리자베스호에서 이륙하던 중 지중해로 추락했다가 3주 만에 인양됐다.

또 2022년 12월 15일에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기지에서 F-35B 전투기가 수직으로 이륙하던 도중 갑자기 균형을 잃고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동일 기종에 대해 한동안 비행이 중지되기도 했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