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별세, 코로나로 4년만에 유언 실현
6·25 전쟁 참전 유엔군 전사자의 배우자가 남편이 잠든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합장된다. 남편이 전사한지 73년 만에 한국에 잠들어 있는 남편 곁에서 영면하게 된 것이다. 국가보훈부는 “호주 참전 용사 고(故) 찰스 그린 중령의 배우자 올윈 그린 여사가 21일 유엔기념공원 남편 묘소에 합장된다”고 밝혔다. 그린 여사는 4년전 별세했다.
그린 중령은 호주 육군 제3대대 지휘관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영(英)연방 제27연대에 소속돼 연천·박천·정주 전투 등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1950년 10월 30일 정주 달천강 근처에서 진지를 구축하던 중 북한군이 쏜 포탄 파편에 관통상을 입고 31세 젊은 나이로 전사했다.
결혼 7년 만인 27세에 남편을 잃은 그린 여사는 생전에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고 3년간 미쳐 있었다”며 “그날의 일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 잠을 잘 수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세 살이던 외동딸을 홀로 키워냈다. 또 남편이 남긴 편지와 기록, 참전 용사 인터뷰, 사료 등을 통해 1993년 그린 중령 전기인 ‘그대 이름은 아직도 찰리(The Name’s Still Charlie)’를 출간했다. 이후에도 6·25 전쟁 연구를 이어갔으며 호주 정부는 2006년 공로를 인정해 훈장을 수여했다.
평생을 참전 용사와 유가족을 위해 봉사하며 한·호주 관계 발전에도 기여한 그린 여사는 2019년 별세했다. “남편이 있는 유엔기념공원에 같이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코로나로 상황이 미뤄지다 4년 만에 뜻을 이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