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 생일 1주일 앞두고 '암 투병' 카터 대통령, '치매' 로절린 여사와 고향 땅콩 축제 참석
미리 '해피 버스데이' 인사에 "뭐 그렇게 해피?" 농담
가족들 "닷새 남짓 예상됐는데 어느덧 7개월 견뎌내"

암 투병 중으로 99세 생일을 앞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3일 부인 로절린 여사와 함께 나들이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비영리 자선재단 카터센터는 이날 카터 전 대통령이 그의 고향 마을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열린 땅콩 축제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한 이용자는 축제장을 지나는 검은색 SUV 차량 뒷좌석에 앉은 카터 전 대통령 부부가 창문을 내리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제39대 미 대통령을 지낸 카터 전 대통령은 역대 미 대통령 중 최장수로, 호스피스 돌봄 속에 오는 10월 1일 99번째 생일을 맞는다.
2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의 지인들은 다채로운 축하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나 본인은 태연함을 지키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몰라 모두 숨죽이는 상황에서 총기와 유머를 잃지 않고 하루하루 소박하게 살아가며 릫지구력릮을 보여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비영리 자선재단 카터센터의 최고경영자 페이지 알렉산더는 카터 전 대통령과의 최근 대화를 소개했다.
알렉산더는 "생신 전에 말씀드리지 못할 수 있으니 미리 '해피 버스데이'(Happy Birthday)라고 인사 올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카터 전 대통령은 "내가 99세는 될 것(그때까지 살 것)"이라며 "그런데 그게 뭐가 그렇게 '해피' 한지 나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카터센터는 유명 인사부터 전 세계 일반인들까지 생일을 축하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모아 왔는데, 사흘 만에 6천여개가 답지했다고 한다.
올해 2월 카터 전 대통령이 연명을 위한 병원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돌봄에 들어갈 때 가족은 일주일을 버티지 못할 것으로 봤다고 한다.
손자 제이슨 카터는 "그 절차 시작 때 우리는 닷새 남짓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때 병원에서 같이 있으면서 작별 인사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 주에 마지막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7개월이 흘렀다"고 덧붙였다.

카터 전 대통령에게 특별한 질병은 없었으나 병원에 오가는 데 지쳤고 생의 마지막 나날을 로절린 여사와 집에서 보내고 싶었기 때문에 호스피스 돌봄 결정을 내렸다.
알렉산더는 "카터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 때와 퇴임 뒤 활동이 다시 거론되는 걸 보고 많이 기뻐한다"며 "여러 면에서 그게 버텨내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2015년 간암 투병 사실을 알린 뒤 7개월 후 완치를 선언했지만, 피부암이 재발해 다른 장기로까지 전이되면서 올 2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그가 호스피스에 들어갈 때만 해도 매우 위중한 상태였으나  말기 환자의 통증 완화나 평안한 죽음을 위한 호스피스 시설에서 통상적 체류 한도인 6개월을 넘어 삶을 지속하고 있다.
로절린 여사는 지난 5월 치매 진단을 받았다.
NYT는 "한차례 임기 뒤 유권자들에게 퇴출당했지만 퇴임 뒤 수십 년 봉사를 통해 업적을 탈바꿈해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대통령을 향해 계획에 없이 길어진 애정 어린 작별 인사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