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과거 지진 데이터 학습 AI, 30주간 실험서 中 지진 14건 예측"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 연구팀이 중국에서 7개월간 진행된 지진 예측 실험에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지진이 발생하기 1주일 전에 70%의 정확도로 지진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양캉 천 박사팀은 10일 '미국 지진학회 회보'(Bulletin of the Seismological Society of America)에서 과거 지진 데이터로 훈련한 AI 알고리즘이 중국 지진 예측 대회에서 7개월간 70%의 예측 정확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자 세르게이 포멜 교수는 "지진 예측은 성배를 찾는 것과도 같은 일"이라며 "아직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정확한 예측에는 근접하지 못했지만 이번 결과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지진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진 예측은 과학계가 해결하지 못한 대표적 난제 중 하나로 꼽힌다. 지진 예측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지진 발생 시점과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2010년 이탈리아에서는 전 해에 발생한 강진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원이 국립재난위원회(GRC) 소속 과학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해 세계 지진학계가 강력히 비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시스템에 지진 물리학 지식을 기반으로 한 통계적 자료들을 제공하고, 지난 5년간의 지진 기록 데이터베이스(DB)를 학습하도록 했다.

학습을 마친 AI 시스템은 중국 내 실험 대상 지역에 설치돼 있는 지진계에서 30주간 측정되는 미세한 진동 정보를 이용해 지진 발생을 예측했다.

그 결과 AI 시스템은 대상 지역에서 발생한 14건의 지진을 위치는 320㎞ 이내, 강도는 거의 정확하게 예측, 70%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AI 알고리즘이 예측하지 못한 지진은 한 차례였고, 잘못된 지진 발생 예측은 모두 8차례였다.

연구팀은 동일한 접근 방식이 다른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연구가 AI 기반 지진 예측 연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AI 지진 예측이 향후 지진이 인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지진 발생이 잦은 미국 텍사스주에서 이 AI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미국 기상청의 텍사스 지진 네트워크 프로그램(TexNet)은 300개 이상의 지진관측소와 6년 이상의 연속 관측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TexNet 선임 과학자 알렉산드로스 사바이디스 박사는 "현재 지진과 관련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얼마나 준비돼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지진의 70%만 대비해도 인적, 경제적 손실 최소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AI 시스템을 물리 기반 모델과 통합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와 이탈리아, 일본, 그리스, 튀르키예 등 지진 관측 네트워크가 잘 구축된 곳의 AI 지진 예측 범위를 수십㎞ 이내로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 박사는 "향후 목표는 물리학과 데이터 기반 예측 기법 등을 모두 결합해 챗GPT(chatGPT)처럼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일반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Bulletin of the Seismological Society of America, Yangkang Chen et al., 'Earthquake Forecasting Using Big Data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 30‐Week Real‐Time Case Study in China', https://doi.org/10.1785/0120230031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