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손상 통계…전체 자해·자살 시도도 1.8배로 늘어

교통사고 줄었지만 전동킥보드 등 사고 비중 커져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스스로 신체를 다치게 하거나 세상을 등지려다 응급실에 실려온 이들이 최근 10년 사이 1.8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에서 이런 사례가 3배 가까이 늘어 청소년 세대의 정신 건강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질병관리청은 8일 손상 때문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2022 손상유형 및 원인 통계'를 발표했다.

지난해 이 조사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23곳(2012년 20개)으로, 전체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 450곳 중 일부다. 조사 대상 손상 환자는 총 19만3천384명이다.

손상 환자 중 자해·자살 시도자의 수는 2012년 5천375명에서 작년 9천813명으로 82.6% 늘었다. 작년 참여 의료기관 수가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증가폭이 상당히 컸다.

증가세는 특히 10대와 20대에서 가팔랐다. 10대는 615명에서 1천786명으로 190.4%, 20대는 1천41명에서 2천744명으로 163.6%나 늘었다. 10년새 각각 2.9배, 2.6배로 급증한 셈이다.

전체 자해·자살 시도자 중 10∼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을 봐도 2012년 30.8%에서 작년 46.2%로 15.4%포인트나 늘었다.

자해·자살의 이유로는 2012년에는 가족·친구와의 갈등이 27.9%, 2022년에는 정신과적 문제가 44.1%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전체 손상 환자 중에서는 입원 환자가 3만788명(15.9%)이었고, 사망 환자는 2천613명(1.4%)이었다.

남자(57.5%)가 여자(42.5%)보다 더 많았고, 연령별로는 0∼9세가 18.6%로 가장 많았다. 손상 사례 가운데서는 추락·낙상(36.8%)이 최다였고, 그다음으로 부딪힘(19.5%), 운수사고(13.5%) 등의 순이었다.

자해·자살이나 폭력·타살 같은 의도가 담긴 손상의 경우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의 환자에서는 5.8%만 있었으나 음주 상태의 환자에서는 33.8%로 높았다. 술이 의도적으로 신체를 상하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도적 손상에서 자해·자살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2.2%에서 작년 5.1%로 약 2.3배가 됐다. 환자의 숫자만 보면 5천375명에서 9천813명으로 82.6% 늘었다.

마약 성분이 담긴 치료약물이나 독성 물질 등에 중독되는 경우도 10∼20대(총 1천158명→2천770명)에서 139.2% 급증했다.

중독 손상 환자의 74.5%는 자해나 자살 목적이었고, 중독 물질로는 치료약물(66.9%), 인공 독성물질(10.7%), 가스(10.3%), 농약(9.5%) 등이 많았다.

이동 중에 다치는 운수 사고는 10년 전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이동수단의 변화에 따라 오토바이(+4.8%포인트), 전동킥보드나 전동 휠 같은 기타 육상운송수단(+7.6%포인트)의 사고 비율이 늘었다.

지난해 추락이나 낙상 사고 환자는 7만1천185명으로 10년 전보다 2.6% 줄었으나 전체 연령대에서 60대 이상만 유독 환자 수가 늘었다. 특히 70세 이상 환자는 9천813명에서 1만8천802명으로 거의 2배가 됐다.

낙상은 집(45.1%)에서 다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세부적으로는 거실(17.6%), 계단(16.2%), 화장실(15.3%) 등의 순이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응급실 손상 환자 조사를 통해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 수칙 등을 개발·배포하겠다"고 말했다.

s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