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매체에 가자의 일기 연재하는 주민

"주름 늘고 늙어버려…사태 끝나려면 오래 걸릴 것 같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섬멸을 선언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과 지상전이 이어지면서 현지 주민들은 전쟁이 주는 극한의 공포와 스트레스에 휩싸여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한 달간 전쟁이 주는 스트레스 속에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가자지구 주민 지아드(35)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지아드의 이야기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후부터 '가자 일기'라는 이름으로 한 달 동안 가디언에 연재되고 있다.

지난 5일 지아드는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다녀오던 중 길에서 머리카락이 한 달 만에 거의 다 백발이 되어버린 지인을 만났다.

지인의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모습에 충격을 받은 지아드에게 지인은 "3주 만에 백발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지아드는 "이 사람을 한 달 전에 봤는데 그때는 흰 머리가 거의 없었다"며 "나중에 다른 친구와도 이야기해보니 친구 남동생에게도 같은 일이 생겼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와 공포, 슬픔이 한 달 만에 머리를 백발로 바꿔버릴 수 있는 것일까"라며 "만약 인터넷 접속이 괜찮았다면 구글에 검색해봤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아드는 자신도 스트레스로 얼굴에 주름과 눈 밑 다크서클이 늘었고 발의 정맥이 노인처럼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경험은 우리 삶의 수많은 날을 앗아갔다"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날을 빼앗아 갈 것인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지아드는 가자 지구 주민들의 다른 일상도 전했다.

같은 날 보석 상점이 문을 연 것을 보고 '누가 요즘 보석을 산단 말인가'라고 놀랐던 그는 곧 돈이 없는 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금을 팔고, 상점 주인은 그것을 사기 위해 문을 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아드는 친구로부터 안부 전화도 받았다. 친구는 가족들은 남쪽으로 피란을 떠났지만, 연로한 아버지와 함께 가자시티의 아파트에 남기로 한 이웃의 이야기를 전해줬다.

친구는 이웃의 아버지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며 "그들이 직면한 공포는 믿을 수 없을 정도고 식량과 물도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친구는 지아드에게 이 모든 사태가 끝난 이후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집이 없어 노숙자가 되거나 수천달러를 들여 집을 고쳐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 걱정했다.

지아드는 "친구는 이 사태가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내가 보고 듣고 배운 것에 의하면 끝날 때까지는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