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기간 첫 나흘에 이틀 연장…"2일 이상 추가연장 가능성" 관측

카타르·이집트 등 중재국 "영구 휴전도 논의해야"

미 당국자 "영구 휴전은 안될듯"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일시 휴전이 닷새간 지속된 가운데 장기 휴전, 나아가 영구적 휴전까지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의 인질 석방이 몇 시간 지연되거나 양측간 일부 충돌이 일어나는 등 일시 휴전 기간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졌고 이스라엘의 전쟁 의지나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여전한 만큼 장기 또는 영구 휴전까지 갈 길은 험난한 것으로 분석된다.

◇ 휴전 이틀 추가 연장 관측…총기간 열흘 초과 가능성도

28일(현지시간)로 이스라엘·하마스가 일시 휴전 닷새째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휴전 추가 연장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 카타르, 이집트 등의 중재로 협상을 벌인 끝에 24일 오전부터 28일 오전까지 나흘간 휴전에 돌입한 데 이어, 30일 오전까지 휴전을 이틀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휴전을 내달 2일 오전까지 이틀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이번 일시 휴전 기간은 총 8일이 된다.

이스라엘의 한 관계자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내일(29일) 이후 우리는 또 다른 2∼3일의 인질 석방과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 기간을 갖고, 그 후로 가자지구 작전을 재개하거나 후속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휴전이 이스라엘 측에서 최장기간으로 못박았던 10일을 넘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은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Ynet)에 열흘을 초과하는 휴전 연장안과 관련해 "구체적 제안이 있다면 내각이 검토해 보겠지만 아직 그런 것은 없었다"면서도 "진지한 제안이라면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 "중재국들, 종전으로 협상 확대 희망…양쪽 압박"

카타르와 이집트 등 협상 중재국들을 중심으로 장기 휴전, 나아가 영구 휴전으로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집트와 카타르 당국자들이 이번 휴전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고, 나아가 '전쟁을 끝낼'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외무부의 마지드 알 안사리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휴전, 그다음으론 영구적 휴전에 이르기 위한 카타르의 중재역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 안사리 대변인은 "우리의 희망은 지속 가능한 휴전에 이르는 것"이라며 "국제사회 전체가 이를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다비드 바르니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 겸 외무장관과 만나 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카타르로 향했다.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은 WSJ에 이번 3자 회동에서는 현재의 합의를 진전시키고 더 장기적인 휴전 합의라는 다음 단계에 대한 추가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집트 당국자들도 인질 10명 석방에 일시 휴전 기간을 하루씩 연장하는 현재의 합의 사항을 넘어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여성과 어린이 석방이 끝나면 어떻게 이스라엘 군인과 노인 남성을 석방할지, 살해된 이스라엘인 시신을 인계할지 등으로 협상의 초점이 옮겨 가고 있다고 한다.

카타르와 이집트는 영구적인 휴전으로 발전되기를 희망하면서 더 장기적인 교전 중지를 양쪽에 압박하고 있다고 이집트 당국자들은 전했다.

휴전이 장기화하면 이스라엘로서는 인질을 더 돌려받을 수 있고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 계획을 준비할 시간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장기적 평화의 문을 열기 위해 신뢰와 선의를 구축하고자 노력 중"이라며 "지금까지 양측이 휴전 기간 군사상 이익 추구를 자제해,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장기휴전 협상 쉽지 않아…석방·구호 지연 등 협상 걸림돌

그러나 일시 휴전이 끝나면 하마스 소탕을 위한 전쟁을 이어 가겠다고 공언해온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장기 휴전이나 영구 휴전에는 낙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휴전이 끝나고 전투가 재개되면 정밀 무기로 공습하고 병원이나 전력·하수도망 등 민간 기간시설은 표적으로 삼지 않도록 이스라엘에 촉구하고 있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면서 영구 휴전을 적극 지지하지 않아 미국 안팎에서 비판에 직면해있다고 WSJ은 짚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 시점에서는 장기적인 휴전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WSJ에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WP에 계속되는 석방이 "영구적인 휴전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번 일시 휴전 기간 합의 이행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도 향후 장기 휴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휴전 이틀째인 지난 25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많은 구호를 허용하지 않고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과 관련한 합의 조건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하마스가 인질 인계를 거부하면서 인질 석방이 몇 시간 지연된 바 있다.

28일에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대원들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이 충돌로 합의가 깨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 다른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인질이 미성년자 6명을 포함해 173명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들 모두를 직접 잡아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PIJ)에 잡혀 있는 인질은 40여 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