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조카, 21세 자립청년, 호남 의사, 조국·이재명 저격수 등 11명

지명직 중 현역의원은 시각장애인 김예지뿐…윤재옥·유의동, 당연직 합류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안채원 기자 = 국민의힘이 20∼40대 수도권·호남 출신의 비(非)정치인들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면 배치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8일 국회에서 이 같은 비대위원 인선안을 발표했다.

오는 29일 인선안이 상임전국위원회 추인을 받으면 당 역사상 11번째 비대위가 출범한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로 보면 주호영·정진석 비대위에 이어 3번째 비대위다.

내년 총선을 이끄는 이번 비대위는 50세인 한동훈 위원장을 포함한 11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한 위원장이 직접 인선한 지명직 비대위원은 8명이고, 현역 의원인 윤재옥 원내대표와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당연직 비대위원이다.

한지아 을지대 재활의학 부교수와 구자룡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장서정 보육·교육 플랫폼 '자란다' 대표가 비대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 3명은 45세 동갑이다.

한 비대위원은 옛 '동교동계' 정치인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조카다. 구 비대위원은 방송 출연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을 면밀히 분석해 '이재명 저격수'로 불렸으며, 최근 당 인재영입위원회가 영입을 발표했다.

인재위가 영입한 윤도현 '자립준비 청년 지원(SOL)' 대표는 21세로 최연소 비대위원이 됐다. 언론에서 '호남의사'로 불리는 39세의 박은식 '상식과 정의를 찾는 호남대안포럼' 대표도 합류했다. 박 비대위원은 인재영입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과거 주사파 학생 운동권에서 활동하다 전향해 운동권 정치 청산을 주창해온 민경우(58) 대안연대 상임대표, '조국 흑서' 저자로 유명한 김경률(54) 회계사 등 이른바 '86 세대'도 비대위원에 포함됐다.

'86'은 지금보다 대학 진학률이 낮았던 1960년대생 가운데 대학에 다닌 1980년대 학번 중에서도 운동권에 몸담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들 7명의 지명직 비대위원은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인사들이다.

지명직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은 직전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비례대표 김예지(43) 의원이다.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비대위 구성을 초래한 전임 지도부 일원이라서 비대위원 제안을 고사하려 했지만, 한 위원장이 구상하는 비대위 구성과 운영계획에 내 역할이 포함돼 있다면, 위원장의 제안을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 고심 끝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대위 구성은 역대 보수정당 비대위 중 성공모델로 꼽히는 2011년 '박근혜 비대위'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유력 대권주자이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김종인·이준석 등 외부 인사 6명과 김세연·주광덕 등 당내 쇄신파 의원들을 비대위에 포진시켰고,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꿔 이듬해 총선에서 승리했다.

한동훈 비대위는 기존 지도부와 비교해 한층 젊어졌다.

한 위원장과 지명직 비대위원 등 9명의 나이 평균은 44.4세다.

지난 3·8 전당대회로 출범했던 김기현(64) 전 대표와 김병민(41)·김재원(59)·조수진(51)·태영호(61)·강대식(64) 전 최고위원 및 장예찬(35) 전 청년최고위원 7명의 평균 나이(53.6세)보다 10살 가까이 어려진 셈이다.

한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대부분 수도권과 호남 출신이다.

여성이 3명(한지아, 장서정, 김예지)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한 위원장은 상임전국위 추인 절차를 마치면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비대위원 인선 배경을 설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