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다공항 충돌·화재 JAL-해상보안청 항공기 관계자 진술 엇갈려…교신 기록이 규명 열쇠

"관제사, JAL기에 활주로 진입 허가…해상청 항공기엔 '활주로 앞 바로 이동' 지시" 보도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지난 2일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충돌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조사가 3일 시작됐다고 교도통신과 현지 공영방송 NHK가 보도했다.

이번 사고는 승객과 승무원 379명을 태우고 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에서 이륙한 JAL 여객기가 전날 오후 5시 47분께 하네다공항에 착륙한 직후 활주로에 있던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JAL 여객기가 고도를 하강해 활주로에 진입했고, 해상보안청 항공기도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강진 피해 지역인 니가타현으로 이륙하기 위해 방향을 틀어 같은 활주로에 들어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성은 하네다공항 관제사가 JAL 여객기에 대해서는 활주로 진입을 허가했고,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활주로 바로 앞까지 이동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NHK는 전했다.

교도 통신과 지지 통신에 따르면 JAL 승무원은 회사 조사에서 "착륙 허가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복창했고, 착륙 조작을 실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승무원은 출발과 운항 중 기체에 이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해상보안청 항공기 기장은 사고 직후 "관제사로부터 이륙 허가가 떨어졌다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조종사 사이에 다소 엇갈린 진술이 나오는 상황에서 관제사가 항공기 조종사들과 나눈 교신 기록이 사고 원인을 규명할 핵심 자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일본항공 기장 출신 항공 평론가는 "일본 공항에서 발생한 이렇게 큰 충돌 사고는 기억에 없다"며 "교신 기록이 사고 원인을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운수안전위원회는 연간 이용자가 6천만 명에 이르는 일본 최대 규모 공항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한 항공기 충돌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충돌 이후 두 기체에서 화재가 일어난 하네다공항 활주로 상황과 불에 탄 일본항공 여객기, 해상보안청 항공기 동체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해상보안청 항공기 블랙박스와 음성 기록 장치를 회수했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은 위원회와는 별도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염두에 두고 활주로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JAL 여객기는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한 뒤에도 약 1㎞를 더 전진한 뒤 멈췄고 기체는 화염에 휩싸였다. 해상보안청 항공기에서도 불이 일었다.

JAL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 379명은 오후 6시 5분께 전원 탈출했으나,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는 6명 중 5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JAL 여객기 탑승자 14명과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기장 1명 등 15명으로 파악됐다.

해상보안청 항공기에서 난 불은 전날 오후 8시 30분께 꺼졌다.

JAL 여객기는 이날 오전 2시 15분께 진화 작업이 완료됐고, 날개 부분을 제외한 기체 대부분이 잿더미가 됐다.

충돌 사고가 발생한 하네다공항 활주로는 여전히 폐쇄돼 이날도 이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100편 이상이 결항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네다공항 활주로 운용 재개 시점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