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예멘 주권 침해", "국제법 위반" 비판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최인영 특파원 = 12일(현지시간) 미군과 영국군의 예멘 반군 근거지 폭격에 대해 '친이란 진영'이 일제히 규탄 성명을 냈다.

이날 폭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을 둘러싸고 나누어진 친미·반미 진영 간 전선이 더욱 선명하게 그어진 셈이다. 그만큼 가자지구 전쟁이 국제전으로 확전할 공산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란은 이번 폭격을 '명백한 예멘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강하게 규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오늘 아침 미국과 영국이 예멘 여러 도시에서 저지른 군사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것이 예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명백하게 침해했으며, 국제법과 규칙, 권리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후티 반군을 주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는 공식 예멘 정부로 인정한다. 이란 테헤란에는 후티 반군의 외교 공관도 운영되고 있다.

러시아의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도 텔레그램에서 "미국의 예멘 공습은 앵글로 색슨이 자신의 파괴적 목적을 위해 이 지역 상황을 악화한다는 명목으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왜곡하고 국제법을 완전히 무시한 또 다른 사례"라며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는 미국과 영국의 예멘 공습과 관련해 12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할 것을 요청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이란을 구심점으로 하는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도 같은 입장을 냈다.

당사자인 후티 반군의 대변인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과 영국의 예멘 공격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홍해에서 이스라엘과 연계된 선박을 계속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성명을 내고 이날 미국과 영국의 공습을 규탄하면서 "이번 미국의 공격은 가자지구에서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적이 저지른 학살과 비극에서 미국이 '완전한 파트너'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과 영국은 이번 공격이 지역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예멘 공습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친이란 무장단체인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에 전쟁이 시작된 이후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하고 홍해에서 도발을 이어가며 미국과 충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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