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경고 '운명의 시계' 1947년 첫 등장 때 '7분 전'
강대국 핵무기 경쟁 가속·감축 여부에 따라 왔다갔다
미·소 합의 1991년 17분 가장 길어, 위기의 90초 공포

만약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그 시각을 자정이라고 봤을 때 현재 시각이 몇시 몇분일까를 나타내는 게 바로 '운명의 날 시계'다.

매년 과학자들이 발표하는 그 시계에 따르면 인류의 종말까지는 90초 남았다. 미국 핵과학자회(BSA)는 지난 23일 '지구 종말 시계'의 초침을 지구 종말을 의미하는 자정까지 90초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BSA는 2020년부터 100초 전으로 유지해 오다 지난해 90초로 당긴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 사용 우려가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밤 11시 58분 30초.
지구가 핵전쟁으로 자정에 멸망한다면 딱 90초 남았다는 얘기다.
지구 종말까지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운명의 날 시계'는 1947년 처음 등장했다. 아인슈타인 등이 참여한 과학자 그룹에서 핵무기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만들었다.

지구의 종말을 자정이라고 봤을 때 지금 몇 시냐를 설정해서 보여주는 건데 첫 등장은 밤 11시 53분, 종말 7분 전이었다. 강대국들의 핵무기 경쟁이 가속화하느냐 아니면 감축 분위기로 돌아서느냐에 따라 운명의 날 시계는 빨리 돌기도 하고 거꾸로 돌기도 했다.
미국과 소련이 전략적 무기 감축에 합의한 1991년엔 종말 17분 전으로 종말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남기고 있었지만 북한 핵실험과 이란의 핵 개발 의지가 시계를 빨리 돌리기 시작했고, 기후 변화의 위협까지 가세한 뒤엔 시계는 더 이상 뒤로 돌지 않았다.

2020년 100초, 즉 1분 대로 줄어든 지구의 남은 수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 위협 등으로 지난해 운명의 날 시계 등장 이후 가장 촉박한 90초까지 줄었고, 올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90초 안에 승객을 모두 탈출시켜야 한다는 '90초 룰'이란 게 있다.
종말까지 90초가 남았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는 '90초 룰'처럼 생존을 위해 늦춰선 안 된다는 강력한 규범의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