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軍 총사령관 '철의 장군' 해임설 파장…대통령실 부인 속 '숨 막히는 암투' 고조

[우크라이나]

가장 인기있는 인물, 유일한 대권 도전자
잠재적 라이벌 놓고 정치적 경계심 작용

러시아의 침공으로 2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에는 차기 권력투쟁 성격의 내분에 휩싸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거취를 놓고 대통령과 총사령관이 충돌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를 부인하지만,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두 사람의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날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사퇴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가까운 야당 의원 올렉시 곤차렌코는  "이들 사이에는 근본적인 문제는 없지만, 대통령실은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군사적 발언이 아닌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전쟁중에 군 수장이 곧 쫓겨날 수 있다는 글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자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곤차렌코 의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여론과 국제사회 반응을 살펴본 후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해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축출되면 후임으로 군 정보수장인 키릴로 부다노우 군사정보국장이 유력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런 적전분열설의 배경에는 잠재적 라이벌인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경계심도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이어 가장 인기 있는 인물로, 올해 3월 대선이 예정대로 치러질 경우 현 대통령의 강력한 맞수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가디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유일한 대권 도전자’로 간주하고, 그의 높은 인기를 짜증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현재 계엄령에 따라 중단된 대선을 강행할지에 대해 고심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겨냥해 “전쟁 지휘관이 정치나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아직까지 정치 입문이나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없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우크라이나 전문가는 잘루즈니 총사령관 해임설에 대해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단결을 내부에서부터 흔들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고려할 때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대한 공격은 적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