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캘리포니아주 '존엄사' 한인 21명 등 총3349명…선택 완화 개정법 이후 점점 증가 추세  

[뉴스포커스]

10명 중 7명 폐·췌장암 등 말기암 환자
미리 '죽음 준비' 한인들도 크게 늘어나

소망소사이어티 1만6천명 유언서 작성
"삶 돌아보며 하고 싶은 말 남기는 기회"

드리스 판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가 지난 5일 70년을 함께 한 동갑내기 부인과 동반 안락사<본보 2월12일자 A14면 보도>로 생을 마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락사 문제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불치병 말기환자에게 죽을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주장과 안락사를 허용하면 생명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 다시 맞붙은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존엄사법(End of Life Option Act)이 시행되고 있다. 많은 논란 끝에 2016년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시행에 들어가 2022년까지 6년동안 총 3349명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존엄사를 선택한 한인도 모두 21명에 달한다.

가주공공보건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2022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존엄사를 선택한 사례는 매해 계속 늘고 있다.
2018년 423명에서 2019년 497명, 2020년 496명, 2021년 522명 그리고 2022년에는 853명이 존엄사를 택해 전년에 비해 무려 63%나 급증했다. 2022년 급증한 것은 그해 1월 법이 개정되면서 존엄사를 위한 치사약물 신청이 기존 15일에서 48시간으로 단축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가주 존엄사법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성인으로 기대 생존기간이 6개월 이하이고 정신적으로 온전하며 의사 2명으로부터 스스로 약물 복용을 결정할 능력이 있다는 판정을 받으면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있다.

2022년까지 6년간 가주에서 치사 약물을 처방받은 사람은 모두 5168명이었고 이중 65%인 3349명이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 뒤 사망했다.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 10명 중 7명(2291명·68.4%)은 폐, 췌장, 전립선 등 대부분 말기 암환자였다. 신경계통 환자(351명·10.5%)는 두 번째로 많았는데 대부분 루게릭병(202명), 파킨슨병(61명) 환자들이었다. 또 존엄사한 환자 대부분이 가족의 동의(2875명·85.8%)를 얻었고, 자택(3028명·90.4%)에서 생을 마감했다.

존엄사까지는 아니지만 한인사회에서도 '어떻게 죽을 것인가'하는  죽음 준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웰빙에서 웰에이징을 거쳐 웰다잉까지를 미션으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소망소사이어티(이사장 유분자)를 통해 사전의료지시를 포함, 유언서를 작성한 사람이 1만6200명이 넘는다.

소망소사이어티의 신혜원 사무총장은 "2007년 처음 단체를 창립해 죽음 준비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만 해도 죽음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며 피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직접 찾아와서 유언서를 쓰겠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죽음을 바라보는 인식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신 사무총장은 "유언서를 쓰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가족들과 상의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을 남기고 생명연장 치료와 시신 기증에서 장례절차까지 미리 준비하면서 유언서가 남겨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며 "갑자기 당하는 죽음에서 미리 준비하고 맞이하는 죽음으로 삶의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데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복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