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우려 제기
한국·일본·미국 지도자 낮은 지지율
트럼프 진영서도 철수 언급 주장 나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수미 테리 한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과 27일 쓴 공동 칼럼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는 가자에서 우크라이나에 이르는 어두운 국제 정세에서 밝은 측면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하면서 "3국 정상의 캠프 데이비드 선언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억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분기점이었다"고 진단했다.

칼럼은 그러나 북중러 3각 공조 심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한미일 관계는 매우 최근에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들 나라의 리더십 변화에 의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모두 국정수행 지지율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윤 대통령은 임기가 3년이나 남았고, 기시다 총리는 9월 총선 승리로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더 즉각적으로 축출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칼럼은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온다면 미국의 동맹 시스템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고, 그것은 한미일 3국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면서 "트럼프는 단순히 그의 맞수(바이든 대통령)가 협상했다는 이유로 한미일 관계에 반감을 가질 수 있다. 그는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외교적 자본을 소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칼럼은 이어 "트럼프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집착하고 있으며, 한국이 나토보다 더 많은 국내총생산(GDP)의 2.7%를 방위비로 분담하고 있다는 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하다"면서 "그는 과거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 바 있고, 한미일 연합 훈련 비용을 댈 것 같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또 "김정은이 기민하다면 그는 하노이 회담 당시 제안을 약간 더 달콤하게 해서 트럼프 재집권에서 이익을 노릴 수 있다"며 "트럼프는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결단을 하면서까지 김정은과 협상을 할 수도 있고, 김정은이 또 다른 도발에 나설 경우 또 다시 '화염과 분노'의 표현을 쓰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그는 예측불가능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자신이 이런 생각을 숨기지 않고 노골적으로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지난 4월30일 발간된 타임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더 많은 주둔 비용을 분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아예 주한미군 무용론을 펼치며 철수를 언급하는 기류도 트럼프 진영 내에서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유력시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5월6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의 임기 연장이냐, 트럼프의 귀환이냐 하는 문제는 한반도와 주변 정세는 물론 남북관계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