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10명 중 7명, 이미 준비 시작
절반 가량이 "60세 전에 은퇴할래요"
베이비붐 세대 45% "은퇴 준비 못해"

은퇴를 하고 싶어도 노후 자금이 부족해 미국의 은퇴 연령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65세를 은퇴연령으로 여기고 있지만 2024년 통계를 보면 미국 남성의 은퇴 연령은 66.6세로 이미 1.6세가 올랐다.

지난달 26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83)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65세가 적절한 은퇴 연령이라는 기준은 오스만 제국(1299~1922년) 시절 유래했다"며 "적정 은퇴 연령의 기준을 65세로 여기는 것은 미쳤다(crazy)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인 10명 중 4명은 적절한 퇴직 자금은 커녕 비상금 400달러도 갖고 있지 않다"며 "노후 자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채 은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은퇴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요지는 일하는 60대 이상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실질적 은퇴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시니어들은 노후 자금이 없어 은퇴를 못하고 있는데 반해 노동 인구 가운데 가장 어린 Z세대(1997년~2012년생) 가운데 10명 중 7명이 은퇴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44%)이 60세 이전에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3일 마켓워치는 최근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5261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Z세대의 68%가 이미 은퇴를 위한 준비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거나, 은퇴 준비에 있어 남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은퇴 준비 비율이 밀레니얼세대(1981년~1996년생)의 69%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의 높은 수준이다.

반면 아직 일하는 베이비붐 세대(1946년~1964년생)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45%가 자신이 은퇴 준비에서 뒤처졌다고 답했다. 이 세대의 45%는 개인화된 은퇴 계획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Z세대는 윗세대보다 훨씬 일찍 저축을 시작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마켓워치는 "고용주가 직원을 채용할 때 퇴직 연금 등에 가입시키고, 목표 은퇴 연도에 가까워질수록 자산 배분을 조정하는 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이전 세대에는 없던 메커니즘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젊은 세대는 매년 퇴직연금 적립금이 자동으로 증가하는 자동 증액 옵션을 선택하거나, 소득세를 낸 세후 자금으로 연금을 입금한 뒤 향후 면세 혜택을 받는 로스(Roth) 401(k)를 이용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 적립금을 늘려 복리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최근 뱅가드는 다양한 소득 수준에서 노후에 필요한 금액과 저축 비율을 분석했는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4분위 가구를 제외한 모든 가구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젊은 세대보다 노후준비가 대체로 미흡했다. 비슷한 소득수준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젊은 연령대에 비해 은퇴를 위한 저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크리스 세더 골드만삭스 자산관리 수석 은퇴전략가는 "이들은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인 것 같고,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은퇴를 하기까지 인생에서 많은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조기 은퇴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살다 보면 마주하게 될 현실은 그들이 은퇴에 다가가려 하지만 은퇴 연령은 더 멀어질 것이란 것이며 이는 이전 세대도 경험했다"며 그럼에도 "이미 스노우볼을 굴리기 시작한 사람들은 30대 후반까지 저축을 시작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앞으로 더 많은 여유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